광주·전남 스포츠 꿈나무를 키우자-22. 광주제일고 하키부
비인기 종목 설움 딛고 전국체전 메달 ‘결실’
주장 위언용, 전국체전 출전 위해 귀화 선택
“좋은 선수 발굴…각종 대회 금메달 수확 목표”

 

광주제일고등학교 하키부가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수상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광주제일고등학교 하키부가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은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1960년 창단해 63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광주제일고 하키부는 현재 1학년 5명, 2학년 4명, 3학년 3명 등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필드 하키는 인조잔디 구장에서 필드 플레이어 10명과 골키퍼 1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상대팀 골대에 더 많은 골을 넣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끝이 둥근 스틱으로 테니스공보다 약간 큰 단단한 공을 쳐서 골을 넣는 경기다.

광주제일고 하키부는 1964년 제45회 전국체육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전국춘계하키대회, 전국종별하키대회, 대통령기전국시도대항하키대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전국남녀하키대회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명성을 떨쳐왔다.

하지만 하키가 비인기 종목으로 여겨지면서 선수 확보 자체가 원활하지 못해 최근 2년간은 대회 출전도 거의 하지 못했다. 선수 수급의 어려움을 겪으며 경기에 필요한 최소 인원 11명을 겨우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광주제일고 하키부 최승종, 위언용, 윤경민 선수.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그럼에도 하키부 선수들은 뜨거운 열정으로 각자의 실력을 발휘하며 희망을 안기고 있다.

팀의 수비핵 센터백을 맡고 있는 주장 위언용(3학년)은 성실한 모습으로 팀의 모범이 돼 하키부를 이끌고 있다.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과 함께 개인 기량도 성장했다.

위언용은 “송광중학교 재학 시절 체육시간에 축구하는 모습을 보고 운동신경이 좋다는 감독님의 추천을 받아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하키는 축구와 비슷하지만 발이 아닌 손으로 공을 컨트롤 한다는 점이 다르다. 더욱 세심하면서도 슛을 정확히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필리핀 엄마와 대만 아빠 사이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위언용은 한국 국적이 아니면 뛰지 못하는 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지난해 스스로 귀화를 선택하는 결정을 했다.

그는 “군문제도 있고 여러가지로 귀화를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한국 선수로서 전국체전에 출전하고 싶었다”며 “주장으로서의 부담감도 있지만 모두의 의견을 조율해 팀을 하나로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인기 종목이다보니 주변에서 장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시선이 많아 위축될 때도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며 “대학에도 진학하고, 국가대표로서 메달도 따고 싶다”고 강조했다.
 

광주제일고등학교 하키부가 훈련하고 있는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지난해 5월 하키부에 입단한 윤경민(2학년)은 1년 만에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선수다.

윤경민은 “초등학교 때 축구부 활동을 하다가 집안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됐었다”며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하키부를 알게 됐고, 부모님께서 당시 어쩔 수 없이 운동을 그만둬야 했던 미안함에 적극 응원해 주셨다”고 털어놨다.

왼쪽 미드필드를 맡고 있는 그는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해서 체력이 좋지만 순간 속도가 느리고 컨트롤이 부족한 편이다”며 “근력 운동을 하면서 스틱을 항상 가까이 하고 감각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늦게 시작해서 아쉬움도 많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되지만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해서 내년에는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하키선수로 대학에도 진학하고,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골키퍼 최승종이 수비하고 있는 모습.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골키퍼를 맡고 있는 최승종(2학년)은 “송광중으로 진학해 하키를 본격 시작했다”며 “운동을 시작한 만큼 ‘끝까지 잘하자, 남들보다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체전 일주일을 남기고 심리적 부담감을 갖게 된 탓인지 갑자기 평소 쉽게 막던 공을 놓치고 슬럼프가 왔다”며 “가장 중요한 골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잘 다독여주셔서 잘 극복하고 메달까지 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최승종은 “키가 작은 편이어서 불리한 점이 많지만 자신감을 갖고 오히려 맞서 싸우는 플레이를 펼치려고 한다”며 “최근 팀원 수급 문제 등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저희를 믿고 이끌어 주신 것이 감사하다. 앞으로 실전 경험을 쌓고 완성도를 갖춰 세계적인 하키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정환욱 코치는 “지금처럼 아이들이 부상 없이 운동을 하면서 학교생활도 잘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며 “좋은 선수를 발굴해 하키부의 명성을 이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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