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밀려온 고목… ‘신비한’ 해변 박물관

섬 안쪽 아름드리 소나무
해변엔 모래사장 펼쳐져
산책·자전거길 잘 정비
자연이 퇴화한 부산물

나뭇가지 이용 작품화
손잡고 걷는 노부부 모습
‘아름다운 노후’ 자극 받아
오래된 ‘차 전시관’도 관람

 

 

해변 산책길
해변 산책길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샘이란 찬사를 받았던 와이코로푸푸가 2시간 거리에 있다. 이 샘은 EBS 교육 방송 세계 테마기행에도 소개되었던 곳이다.

한 달간 남섬만 여행할 계획을 세울 때는 어디든 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실제 도전해보니 넓어 볼 것도 많을 뿐더러 하루가 너무 짧아 계획은 계획일 뿐이었다.

오전에 모투로아 래빗 아일랜드(Moturoa Rabbit Island)를 향해 자동차를 몰았다. 아직도 운전이 미숙해 여러 사람에게 민폐만 끼치고 다닌다.

오늘 아침에 회전교차로 앞에서 반드시 정차하고 먼저 교차로에 진입한 차량을 보내고 진입해야 하나 나도 모르게 무심코 들어갔다 화물차와 간발의 차이로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트럭 기사가 한참을 정차해 있는 모습을 보고 아침부터 남에게 피해 주는 내가 한심했다.

섬 내에 진입하니 차량과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소풍을 왔고 이 소풍에 부모들이 함께해 일대가 혼잡했다. 시내에서도 사람 보기 어렵고 특히 어린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 많은 어린이가 인솔 교사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 섬 안쪽엔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고 바닷가 쪽으로 모래사장이 전체 해변을 덮고 있다. 바다와 숲 사이로 산책길과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인근 국립공원을 중심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Abel Tasman Coast Track이 있다. 이 트레킹 구간은 4박 5일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어 자신의 체력과 시간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우린 백사장만 2시간을 걸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천연해변에는 고목만이 즐비해 신비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해풍과 파도에 밀려 해안가 가장자리를 차지한 쓰레기를 유심히 관찰하니 사람이 버린 쓰레기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자연이 퇴화하고 죽어서 산화한 부산물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특히 고목과 나뭇가지가 많아 일부 아마추어 작가(내가 칭함)가 자기 취향에 맞게 쌓아 지나가는 길손에게 흥미를 자극한다. 한 곳은 집처럼 지어 내부에 들어가니 그늘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인기 있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해변을 걷는 많은 사람 중 특히 한 노부부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영감은 어깨가 구부정하게 걸으며 아내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이 파란 하늘과 옥색의 바닷물에 물든 추억이 반영처럼 보이며 감동적이었다.

아내에게 우리도 한번 저렇게 걷자고 제안하자 진심이 없는 행동은 뭐가 달라도 달라 표시가 난다며 핀잔만 들었다. 내가 언제 따뜻한 가슴으로 아내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걸었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제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나이지만 아내와 함께 저 부부처럼 아름다운 노후를 설계해야겠다. 여행이 또 다른 내게 영감을 줘 나를 자극한다.

주유를 하고 멋진 해안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먹을거리를 준비해 피탈 스트리트 프리덤 캠핑장으로 향했다.

바다를 마주한 잔디밭 탁자에 앉아 소풍 온 기분으로 대자연의 싱싱한 공기와 함께 우리만의 멋진 점심을 했다.

도시 근교에 오래된 차를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넬슨 클래식 카 뮤지엄(Nelson Classic Car Museum)이 있다.

쿠바를 여행하면 하바나에서 필수 관광코스가 올드카를 타고 하바나 시내 한 바퀴를 돌고 혁명광장에서 체 게바라 조형물을 보는 것이다. 몇 해 전 하바나에서 내가 탔던 것과 같은 종류의 차가 전시장 입구에 있어 쿠바 기억을 떠오르게 했다.

다양한 올드카가 전시되어 있어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많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박물관이다.

어린이 놀이터와 놀이기구 시설이 있는 타후나누이 비치(Tahunanui beach)에는 철 지난 발리볼장이 횡 하니 배구네트만 휘날리며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개는 산책 나온 주인을 따라 해안을 달리며 바닷물에 시원하게 빠져드는 팔자가 상팔자다. 이곳에도 잔잔한 초록 잔디가 전체를 덮고 있는 운동장에 아이들 몇 명만이 뛰놀고 있어 잔디밭이 아까웠다. 내일 넬슨을 떠나기에 오늘 도심 전체를 천천히 걷고, 상점들과 카페를 들락거리며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그러나 파리만 날리는 가게가 너무 많았고 유동 인구가 없어 상점 직원들이랑 손님의 숫자가 비슷할 정도였다. 대부분 가게가 오후 4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데 어떻게 살까 이방인이 걱정할 정도였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학생들 소풍
학생들 소풍
해변의 바베큐 시설
해변의 바베큐 시설
해안가
해안가
해변 풍경
해변 풍경
해변 풍경
해변 풍경
해변 산책 길
해변 산책 길
해변 산책길
해변 산책길
폐목 이용한 작품
폐목 이용한 작품
해변을 산책하는 노부부
해변을 산책하는 노부부
노부부 따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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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카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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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해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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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발리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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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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