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중(향토문화진흥원 이사)

 

윤승중 향토문화진흥원 이사

지난 10월 27일, 큰 판이 장흥에서 벌어졌다. 바로 제1회 ‘장흥문학상’ 시상식이다. 이를 위해 장흥군에서는 장흥문학제라는 마당을 펼쳤다. 최근 국민의 독서량도 줄고 이에 따라 한국문단이 주목할 만한 대안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단 10년이상 작가를 대상으로 ‘큰 상금’을 수여하는 문학상이 마련된 것은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장흥군에서 이 상을 제정하게 된 배경은 다름아닌 지역의 문학적 토양이다. 이대흠 시인은 “장흥사람들은 시를 물고 태어나 소설이 되어 죽는다”고 노래했다. 실제 장흥가단은 조선조 관서별곡을 지은 기봉 백광홍을 비롯해 옥봉 백광훈, 존재 위백규 등의 걸출한 문인을 배출하였고 현대에는 이청준, 송기숙, 한승원, 이승우 등의 소설가와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그 문맥을 이어온 문학의 고장이다. 정부에서도 장흥을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했을 정도다.

이러한 문맥의 고장에서 ‘문학상’을 시상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제1회 수상작가는 임철우 소설가로, 수상작은 소설집 ‘돌담에 속삭이는’이다. ‘돌담에 속삭이는’은 제주 4·3 당시 월산리라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 일동은 심사평을 통해 “4·3 때 희생된 어린 세 남매의 사연과 만나 고통에 공명해가는 마음이 지극하게 그려졌다. 어린 영혼들에게 부모가 있을 서천꽃밭섬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인도하는 신화적이고 환상적인 장면은 해원의 길에 닿고자 하는 임철우 문학의 결정체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에 앞서 김선두 화백의 개막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전지 10여장을 펼쳐놓고 거친 붓터치로 ‘밤하늘의 폭죽’같은 싱그러운 꽃망울의 개화를 그려냈다. 김화백의 설명으론 개화는 깨달음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행사가 없었다면 문학제가 아니라 문학상 시상식으로 명명했어야 한다.

장흥문학상은 제정취지에 비쳐볼 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하겠다고 나선’ 측면이 있다. 지역에서 축제 등을 개최해 사람이 모이는데 돈을 쓰는 것에 비하면 매우 신선한 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미있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수상작가에 대한 독자의 주목과 수상과정에 대한 사계의 참여와 열기가 아쉬웠다. 변방에서 하는 행사라 중앙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엔 몇가지 개선방안도 보인다.

첫째, 중앙과의 협업의 필요성이다. 예컨대 군은 주최하고 주관은 한국문인(소설가)협회나 언론사가 맡는 것이다. 문단의 주목과 언론의 홍보를 얻을 수 있다.

둘째, 행사의 명칭이다. 군 조례는 ‘장흥군 문학상 운영조례’다. 따라서 장흥문학제를 통해 장흥문학상을 수여한다는 방식이면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단순히 장흥문학상 시상식이 좋을 듯하다.

셋째, 평소 장흥문학상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중앙문단의 사람들을 자주 초대해 장흥의 문학적 성과와 한국문단에 기여하고자 하는 군민의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장흥문학상은 문학의 저변확대 및 대한민국 문학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문학인을 발굴해 나가고자 하는 장흥군민의 정신을 구현해내는 훌륭한 시책이다. 나아가 수상작 선정에서 방향성이 뚜렷해진다면, 예컨대 이상문학상과 같은 묵직한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첫걸음을 뗀 장흥문학상의 지향성은 드러났다. 따라서 연륜을 더할 때마다 ‘왜 이 작품을 선정했는지’가 뚜렷해져야 한다. 문단에서도 변방의 북소리라고 외면하면 안 된다. 뜨거운 봉홧불 같은 메시지가 중앙, 지방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국에 휘몰아치고 독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나설 필요가 있다.

장흥군민은 문학적 토양 위에서 살아온 세월이 넘쳐 문학상 시상의 주인자격이 충분하다. 여기에 한국문학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작가를 찾아내는 절차를 제대로 정립해나간다면 매년 이맘 때쯤이면 장흥동네가 문학에 취한 문학인의 전당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