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

요즈음 회귀, 전생, 멀티버스, 타임루프 등 현재와는 다른 미래를 꿈꾸는 시간을 테마로 한 영화나 소설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오래전에는 ‘백투더퓨처’나 ‘터미테이터’ 등의 영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재벌집 막내아들’, ‘어벤저스’ 시리즈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산업에도 과거, 현재, 미래를 품고 있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이 있다. 소부장은 과거 뿌리산업을 이끌었고 현재 제조산업의 핵심 역할을 주도하며 미래 첨단 산업의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 이것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는 기간산업을 만들고 시간이 흘러 미래에는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우리나라 산업생태계의 역사라고 말할 만하다.

이러한 소부장이 최근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러-우 전쟁, 이-팔 전쟁, 미-중 경제패권 다툼, 지난 3년간 산업 전반을 뒤흔들었던 코로나 등으로 세계는 공급망 위기에 맞고 있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첨단 산업 경쟁력 선점을 위해 공급망을 안보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는 국가경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핵심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소부장 100대 품목 지원, 산업 전반의 생태계 강화, 특별회계 신설 등을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촉발된 소부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신(新)글로벌 기술패권 시대를 맞아 산업생태계는 산업 대전환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 소부장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첫째, 첨단 기술을 통한 초격차의 확보다. 국가 첨단전략산업을 이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 확보와 전략산업을 배양할 특화단지 육성은 초격차 확보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정부는 소부장 기업의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돕기 위해 규제 개혁, 기반시설 및 공동 활용 인프라 구축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둘째, 소부장은 정부 중심에서 민간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민간이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한다’는 정책 기조처럼 기업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정부는 기업의 투자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담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과 인재 양성이다. 첨단 산업과 소부장을 함께 발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의 연대, 협력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 그리고 최고 수준의 인재와 교류하고 연구 협력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은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열강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첨단 산업기술 경쟁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강력한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열린 ‘소부장(뿌리) 기술대전’은 소부장 기업의 성과물을 공유하고 소부장산업의 현시점을 진단하며 산학연 전문가들과 미래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산업의 뿌리인 소부장산업은 지금의 손익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는 거시적인 시각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 소부장 패러다임의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고 첨단 산업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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