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없어 이동할땐 ‘움츠렸다 쭉폈다’
애벌레, 녹색몸통·사다리 무늬
중간 중간 선명한 흰점이 ‘톡톡’
털 ‘슝슝’ 무섭기 보다 귀여워
18㎜ 작은 크기…풍게나무 먹이

풍게나무, 잎 테두리 전체 톱니
열매 흑색·겨울눈은 적갈색
어른벌레 앞 가장자리 ‘우묵’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54]우묵날개짤름나방
 

 

우묵날개짤름나방
우묵날개짤름나방

여름 숲속은 더욱 요란해진다. 아무런 일 없이 평온한 것 같지만 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 생존을 위한 치열함이 보인다.

커다란 나무밑에서 조금이라도 더 햇볕을 받기 위해 삐죽 삐죽 솟아오르는 나무와 풀들, 부지런히 오가는 개미들, 먹잇감을 노리는 수많은 곤충들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에서 용추폭포로 가는 계곡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생기가 넘친다. 항상 그렇듯 보이던 애벌레들은 여전히 보인다. 그래도 뭔가 새로운 녀석을 찾아 보지만 역시 쉽지 않다. 걸음을 멈추고 마른 낙엽을 보니 죽은 애벌레를 어떻게 할까 궁리하고 있는 개미가 보이고, 한참 식사중인 깡충거미도 눈에 들어온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애벌레를 만나지 못해도 좋다. 그냥 자연과 하나되어 하염없이 걸어도 좋다. 마치 도인이 된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가진 것은 없지만 마음만은 제일 부자다.

얼마나 걸었을까?

풍게나무잎에 멋진 애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녹색 몸통에 사다리무늬가 있고 중간 중간 흰 점무늬가 선명하게 있다. 듬성 듬성 나 있는 털은 무섭기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늘씬한 몸매를 뽐내고 있는 것 같다. 살짝 건드리니 마치 자나방처럼 몸통을 움츠렸다 쭉 펴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3, 4배마디에 배다리가 없어 자나방같이 이동한다. 참 재밌는 녀석이다.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다. 유충시기는 7월이며, 크기는 18㎜ 정도니 작은편이다. 먹이식물은 풍게나무다.

나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풍게나무가 익숙하겠지만, 많은이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풍게나무는 팽나무, 푸조나무, 폭나무 등과 같이 느릅나뭇과에 속하는 나무다.

팽나무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흔한 나무로 열매를 작은 대나무에 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공기압축을 이용하여 ‘탁’치면 ‘팽’하고 날아가는 것을 ‘팽총’이라 하여 팽나무라 부른다. 이런 팽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가 풍게나무인데 팽나무는 잎의 상반부에만 뾰족한 톱니가 있고 풍게나무는 잎 가장자리는 톱니가 있어 구분된다. 열매도 풍게나무는 흑색으로 익지만 팽나무 황적색으로 익는다.

잎이나 열매가 없는 겨울철엔 겨울눈으로 구분하는데 팽나무의 겨울눈은 2~3㎜ 의 넓은 난상이고 암갈색이다. 풍게나무는 3~7㎜ 의 평평한 장타원상이며 적갈색이며 가지에 딱 붙어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런 차이점을 알고 있으면 숲에 들어가서도 정말 재미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주변의 나무나 식물 그리고 곤충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다 자란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는 잎 2장을 붙인 뒤 그 사이에 얇은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어 10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예전 분류체계에서는 밤나방과 짤름나방아과로 분류하였는데 바뀐 후에는 태극나방과에 속한다.

우묵날개짤름나방이 꼬리를 쳐들고 앉는 모양은 정말 특이하다. 앞날개는 적갈색 바탕이며 시정부는 폭넓게 흰색을 띤다. 내횡선은 짙은 갈색, 외횡선은 흰색이며, 중앙 위쪽에서 크게 각이 진다. 그 바깥에는 검고 불규칙한 무늬가 있다. 얼핏보면 나방이 아닌 것 같이 보이지만 분명 나방이다. 어른벌레의 앞 가장자리가 우묵하여 우묵날개짤름나방이라 이름 붙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우묵날개짤름나방 사진을 잘 보관해 둔 것 같은데 도저히 찾질 못해 허운홍선생께 부탁하여 소개한다. 다시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같이 애벌레를 찾아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
우묵날개짤름나방 애벌레( 2018년 7월 11일, 제2수원지)
개미와 깡충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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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게나무(2020년 4월 15일, 너릿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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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게나무(2022년 5월 17일, 꼬막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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