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꽃에 얼굴을 묻고 꿀 마시며‘몸 불리는중’
나방, 잎날개 가운데 흰색 삼각무늬
옆 외횡선이 기부쪽으로 들어와 있어

투명한 연두색 빛깔 발하는 애벌레
가슴·배 윗면 희미하고 잔잔한 물결
먹이식물은 향유·덩굴닭의장풀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 ][155]콩은무늬밤나방
 

 

콩은무늬밤나방(2015년 10월 4일, 불갑사)
콩은무늬밤나방(2015년 10월 4일, 불갑사)

나방 애벌레를 보러 다니다보면 꽃을 찾아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나방들이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나방들은 밤에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낮에 꿀을 먹으러 다니는 나방들도 있다. 나방을 연구하는 분들이나 관심이 많은 분들은 그래서 야간에 불을 밝히고 나방을 관찰하기도 하고, 애벌레부터 키워서 어른벌레를 보며 생활상을 알아 내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나방들이 많을 것이다.

2015년 10월 4일, 야생화로 유명한 영광의 불갑산을 찾았다.

봄철이면 정말 많은 야생화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 전국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야생화를 보면서 나방 애벌레도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상사화로 더 알려져 있는데 번식력이 강한 녀석들을 마구잡이로 심다보니 온 산이 상사화 천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귀하던 야생화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져 버리는 것 같다. 다양한 곤충들도 만날 수 있어 정말 좋았던 곳인데 많이 아쉽다.

한창 몸을 불리며 겨울을 준비하고 있을 나방 애벌레들을 만날 수 있으려나 하며 찾았는데 무슨 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하얀 꽃에 앉아 열심히 흡밀하고 있는 나방이 보인다.

콩은무늬밤나방이다. 콩은무늬밤나방은 밤나방과(Noctuidae) 은무늬밤나방아과(Plusiinae)에 속하는데 은무늬밤나방아과에는 50여종이 우리나라에 알려져 있다.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국화은무늬밤나방을 비롯해 붉은금무늬밤나방, 긴금무늬밤나방, 은무늬밤나방 등 멋진 녀석들이 많다.

은무늬밤나방아과(Plusiinae)의 나방 무리는 크기가 중간인 편에 속하며 일반적으로 앞가슴등판에 융기된 털 뭉치가 있으며, 날개 한가운데 원 또는 줄무늬가 있는 종이 많다. 비슷한 종이 많아 동정하기 상당히 어렵지만 산지나 평지 등 다양한 곳에서 볼 수 있고 이른 밤부터 등불에 찾아 온다.

콩은무늬밤나방은 날개 색이 어두운 편이고, 앞날개 가운데 작은 흰색 삼각무늬가 있으며 그 아래 옆으로 외횡선이 쐐기모양처럼 날카롭게 기부 쪽으로 들어와 있다.

다음 기회에 소개할 예정인 은무늬밤나방과 흰 무늬 모양이 비슷하지만 갈색의 횡선들이 발달하지 않아 구분한다. 몇 안되는 도감을 뒤져보면 이런 설명들이 되어 있지만 실제 나방을 보면 도무지 구분이 잘 되질 않는다. 그 녀석이 그 녀석 같고, 다른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르게 보이고 항상 그런 것 같다. 유전자나 생식기 검경을 통해서만이 정확히 알 수 있는데 나 같은 사람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동정하는 과정에서 조금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러이 양해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를 만나기 위해 먼 발품을 팔았다.

2021년 8월 15일, 경기도 가평의 화학산에서 만났으니 말이다. 금강초롱꽃을 만나기 위해 나섰는데 광주에서 당일치기 하기엔 정말 힘들었다.

금강초롱꽃도 보고 싶었지만 그곳에는 어떤 애벌레들이 살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서 나섰는데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광주에 돌아 올 수 있었다.

그래도 금강초롱꽃도 보고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몸은 모두 연두색이고 가슴과 배 윗면에 희미한 물결무늬 선이 몇 개 있다. 은무늬밤나방 애벌레가 그렇듯 거의 비슷한 생김새다.

먹이식물은 향유와 덩굴닭의장풀이다. 유충시기는 8월이며 크기는 25㎜ 정도다. 다 자란 애벌레는 잎에 흰 막을 치고 번데기가 되어 8~9일이 지나면 우화한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려나 보다. 애벌레를 보려면 봄을 기다려야 한다. 올 겨울에는 수원 인근의 광교산을 찾아 겨울자나방류를 찾아보려 한다. 어른벌레로 월동하는 녀석들이 많은 곳이니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콩은무늬밤나방(2015년 10월 4일, 불갑사)
콩은무늬밤나방(2015년 10월 4일, 불갑사)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콩은무늬밤나방 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