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나른하고 쏟아지는 졸음에 곤욕을 치르는 계절 봄. 가벼운 운동과 함께 잃어버린 입맛을 돋워주는건 어떨까.
봄 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봄나물’. 싱싱한 봄 야채를 이용해 맛깔스러운 갖가지 나물들을 쏟아내는 곳, 북구 일곡동에 자리한 ‘행랑채’를 소개한다.
인공의 맛을 없애고 천연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식당 이름도 전통의 느낌이 드는 ‘행랑채’로 명명했다.
‘행랑채’의 대표적 메뉴는 ‘산채나물 정식’. 10여가지의 봄나물과 장아찌, 젓갈, 김치 등 모두 20여가지의 풍성한 상차림을 자랑한다.
주인 이경화씨(49)와 이명희씨(43)가 말하는 산채나물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싱싱함이다. 매일 농산물 시장에서 봄 야채를 구입해 와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준비를 해야 한다. 나물 뿐 아니라 김치까지도 당일분의 김치를 새로 담그기 때문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손님을 맞이할 수 없다.
신선함, 풍성함, 맛도 좋지만 주방을 맡고 있는 이경화씨가 가장 강조하는 게 있다. 바로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조미료’만으로 반찬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인지 담백하면서도 야채 고유의 맛이 더 느껴지지 않나 싶다.
‘행랑채’의 산채나물 정식을 먹다보면 밥 한그릇으로는 모자르지 않나 싶을 만큼 반찬이 많아 아까운 느낌까지 들 정도다.
입맛과 원기회복을 위한 대표적 봄채소는 두릅. 쌉싸름한 향의 두릅을 새빨간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먹으면 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숙주나물과 치나물, 토란나물, 버섯나물, 돈나물, 머위대나물, 석화젓, 우엉장아찌, 오이 소박이, 호박나물, 배추김치, 물김치, 총각김치, 마늘쫑볶음, 꽈리고추볶음, 가지나물, 고사리나물, 무장아찌, 고구마대무침, 멸치젓, 고추양념 통도라지 등… 이름 나열하기에도 정신이 없다.
여기에 풋고추를 숭숭 썰어넣은 얼큰한 된장국에 제육볶음,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생야채까지 푸짐한 상차림이 군침을 돌게 한다.
이중 독특하게 통들깨를 듬뿍넣은 마늘쫑볶음과 호박나물이 눈에 띈다. 충청도가 고향인 이경화씨가 고향의 요리법을 조화시켜 동글동글한 통들깨를 음식에 넣어 담백한 맛을 더해주고 있다.
모든 볶음요리에는 참기름은 많이 들어가지만 식용류 등 타기름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있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는 단골들의 만족스러운 말투가 정답기까지 하다.
오는 손님들의 수에 따라 반찬의 양이 조절되긴 하지만, 한번 식탁위에 올려진 후 남은 음식들은 모두 버려질 수 밖에 없다. 되도록이면 ‘싹쓸이(?)’를 하고 갔으면 하는게 두 여주인의 ‘한마디 외침’이다.
주방을 맡는 이경화씨와 홀을 맡고 있는 이명희씨는 친자매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은 우정을 자랑한다. 맡은 일은 다르지만 서로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식당 사랑에 앞장서고 있는 것.
식당 인테리어에서도 이들의 ‘행랑채 사랑’ 정신이 배어 나온다. 입구에는 초가집 모양으로 짚을 엮어 만든 지붕이 전원풍경을 느끼게 하는데다 식당 내부역시 모두 나무로 이뤄져 있어 편안한 기분으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죽부인을 이용한 형광등과 칡넝쿨을 엮어 만든 바구니를 뒤집어서 홀 전등갓을 대신했다. 나무벽과 나무식탁 모두 두명의 야무진(?) 여인네가 직접 대패질을 해서 나무를 예쁘게 다듬고 불로 그을려 울긋불긋한 멋을 내기도 했다.
반찬그릇과 물을 마시는 컵까지 모두 짙은 밤색의 옹기그릇으로 사용되며, 다섯가지 잡곡을 넣어 만든 잡곡밥 역시 대바구니에 내어 와 ‘행랑채’ 의 편한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행랑채’에서는 산채나물 정식 외에도 홍삼합과 보쌈, 인삼 동동주, 갈치조림, 도토리 묵이 단골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사가 끝난후에는 커피와 녹차가 후식으로 제공된다. 배불리 식사를 마쳤다면, 식당 뒤쪽에 자리하고 있는 ‘소소리 공원’을 가볍게 산책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산채나물 정식은 1인에 5천원. 식사는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가능하다. (예약문의, 575-8228)
글/이보람 기자 white4@kjtimes.co.kr
사진/신광호 기자 sgh@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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