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 깊게 펼쳐진 바다 느낌 물씬‘호수’

로토이티 호수
초록빛 잔디에 고요한 분위기
오리·메기들 한가로이 수영만
멀리보이는 두 산 사이로 수평선

로토로아 호수
로토이티 보다 규모 크고 웅장
별도 공간에 탁자 등 편의시설
10개의 트레킹 산책 코스 좋아

 

뉴질랜드를 여행하면 정말 많은 호수를 볼 수 있다. 특히 남섬은 만년설과 풍부한 강수량으로 강에는 물이 넘쳐 래프팅, 카약, 제트보트 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은 뉴질랜드 호수와 강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이른 아침 로토이티 호수 캠핑장에 도착하니 젊은이들 캠핑카와 일반 차량으로 가득했고 우리처럼 승용차로 방문해 호수를 구경하고 가는 방문객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잔디는 연한 초록빛이 더욱 선명했고 호수는 적막하고 고요했다. 넓고 맑은 물속에는 오리만이 한가로이 헤엄치며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고 있고 호수 바닥에는 성인 팔뚝만 한 메기로 보이는 검은 물고기 무리가 오리만큼이나 여유롭게 호수 바닥을 헤집고 다녔다.

물속 깊이 이어지는 데크가 두 곳에 설치되어있는데 좌측은 보트 전용이며 우측은수영하며 물놀이 하는 곳이다. 안내판에는 수심이 얼마며 동시에 15명 미만이 데크에 올라 물놀이 할 것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두 산 사이로 호수는 깊게 파고 들어가 끝을 가름할 수 없을 정도의 수평선을 이루고 있어 크기를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아직 늦가을이라 산 위에 눈은 없으나 멀지 않아 캐나다 밴프에서 보았던 루이스 호수 같은 풍경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해 전 밴프 여행 중 새벽에 만년설을 등에 업은 산의 반영을 거울처럼 비추는 루이스 호수 감동적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철렁이는 파도가 있는 바다와 달리 아침 호수는 정적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존재이다. 이곳에 둥지를 틀고 2~3일만 호숫가에 앉아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본다. 면 세속의 먼지와 생각을 말끔히 씻어내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 같았다.

호숫가로는 눈에 확 들어오는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의자를 유심히 살펴보니 작은 명찰이 부착되어 있고 내용은 이 의자를 기증한 고마운 분들 이름과 사연이 새겨져있다. 한 가족은 5명이 아버지 생일을 맞아 의미 있는 일로 나처럼 이방인도 호숫가에서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이 의자를 설치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동서양을 떠나 사람 사는 냄새 난 사람은 반드시 존재하기에 우린 아직도 살만한 세상에 살고 있다.

넬슨에서 뉴질랜드 6번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로토로아 호수가 바다처럼 펼쳐져 있다. 호수 너머 산머리에는 이미 하얀 눈발이 쌓여 계절이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듯했다. 로토이티호수보다 규모는 더 크고 웅장했지만 찾는 이는 별로 없었고 한가한 캠핑장이 우릴 반기고 있다. 이곳에는 오래전 현지인이 이 호수에 의지하며 살았던 거대한 나무배를 전시하고 있었고 식사를 위한 별도의 공간에 탁자를 설치해 이용객들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 호수의 특징은 많은 트레킹코스를 갖추고 있다. 10개 정도의 코스로 짧게는 25분에서 길게 5시간까지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를 개발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호수가 보이는 곳만 걷고 일부 숲속으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어제저녁 이슬비로 숲은 축축했고 하늘을 가릴 만큼 자란 나무는 밀림처럼 숲을 어둡게 했다. 뉴질랜드 남섬을 여행하며 자연스럽게 느낀 건 어디를 가도 자전거와 걷는 길이 안전하게 분리되어 있어 누구나 걷고 타는 데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어떤 관광지나 도심을 방문해도 다양한 산책길이 잘 발달 되어 있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이 먼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Buller River을 따라 6번 고속도로를 달리면 넬슨과 푸나카이키 중간쯤에 좁은 협곡에 무한의 다리가 있다. 강 사이로 다리를 만들어 입장료를 받고 있다. 짚라인이 있어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스릴감을 주고 있다. 출렁이는 현수교를 건너가면 이곳에도 강을 끼고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길이 1시간 거리로 잘 정비되어 있다. 좁지만 목재 데크를 설치해 신발이 진흙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편의를 제공하며 입구에는 푸드트럭이 있어 간단한 음료나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곳도 관광객이 뚝 끊겨 주인의 고생한 흔적이 한눈에 보였다. 코로나 이후 빠른 회복세는 아니지만 앞으로 이들 부부에게도 좋은 일만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로토이티 호수
로토이티 호수
보트 전용 데크
보트 전용 데크
기증한 의자
기증한 의자
물놀이 전용 데크
물놀이 전용 데크
데크에 누운 자유인
데크에 누운 자유인
호수의 오리
호수의 오리
호수를 배경으로 가족사진
호수를 배경으로 가족사진
로토로아 호수
로토로아 호수
숲속 산책 길
숲속 산책 길
산책길에서 만난 로토로아 호수 풍경
산책길에서 만난 로토로아 호수 풍경
트레킹 코스별 안내판
트레킹 코스별 안내판
호기심 많은 양
호기심 많은 양
무한의 다리
무한의 다리
산책길
산책길
산책길
산책길
푸드트럭에서 커피한잔
푸드트럭에서 커피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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