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진석(남도일보 사회부 차장)

 

심진석 남도일보 사회부 차장

경찰을 한자어로 풀이하면 ‘警·경계할 경, 察·살필 찰’이다.

현대 국가에서 행정법적으로 본 경찰의 의미는 더욱 복잡하다. 직접 사회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일반통치권에 의거, 개인에게 명령 및 강제하는 모든 행위를 수반하는 특수성을 가진 자로 정의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회적 규범을 어긴 자를 강제적으로 조사하고 신체적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의미다. 경찰에게 그 누구보다도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어겼을 경우엔 맹비난은 감수해야 한다.

최근 광주지역에서 불거진 코인 사기범 사건 청탁 ‘브로커’ 사건은 적지 않은 충격과 실망감을 주고 있다. 단순 사건 무마를 위한 일종의 일탈이 아닌 경찰 인사비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서다.

60대 사건 브로커 성모씨는 광주·전남 경찰들 사이에서 소위 승진으로 가는 ‘탑승 티켓’으로 불렸다고 한다.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는 총경부터 상위 직급인 치안정감까지 경찰 내부 인맥이 힘이 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씨에게 회장님 호칭까지 사용한 경찰들이 많았다는 것은 얼마나 그가 지역 경찰조직에 깊숙이 관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전남경찰청장까지 역임한 한 인사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해 충격을 줬다. 안타깝다는 분위기 속에서도 그가 재임했던 시기 납득하기 어려운 승진인사가 있었고, 내부에선 불만이 엄청났었단 말도 나돈다. 일각에선 경찰의 인사시스템을 근본 원인으로 본다.

경찰 승진은 각 직급에 따라 근무평점 방식과 점수 배정이 굉장히 치밀하고 세밀하게 구분돼 있다. 얼핏보면 매우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둔 점수체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사점수 시스템 상 결국엔 점수를 주는 사람은 같은 부서 내 상급자들이고, 그 상급자에게 잘 보여야만 좋은 근평을 받을 수 있는 수직적 구조여서다.

경찰 조직 내 ‘애국자’들이 판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국자’는 보통 지역 내 토착 세력들로 일부 경찰들에게 들러붙어 형님·동생 하면서 용돈도 주고, 접대도 하는 인사들을 일컬는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물질적 대가를 얻고 그 일부를 상급자에게 제공한다. 반대로 ‘애국자’들은 경찰이 갖고 있는 힘을 빌린다. 그 힘을 토대로 누군가에게 군림하고 부정한 청탁을 하는데 사용한다.

물론 대다수 경찰관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일하고 있다. 미꾸라지 몇 명으로 흐려진 연못물이 빨리 깨끗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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