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호남 출신 사라져…지역인재 양성 가장 큰 역할”
이달 29일 서울서 장학금 수여식
호남 발전·예산·인재 양성 역할
기재부 고위 모임 ‘예우회’회장
“‘재정준칙 법제화’ 도입 최우선”
“호남, 경쟁 원리 작동 변화 필요”

 

장병완 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 이사장. 서울/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장병완 사단법인 광주일고 100주년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호남을 위한 인재 양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으로 30년 국가예산 행정관료와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지역의 굵직한 현안사업 예산을 도맡아 챙겨 ‘예산통’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지난 7월 취임해 5대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장 이사장은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축적된 풍부한 노하우와 폭넓은 인적 자산으로 여전히 대한민국과 호남의 미래 세대 위한 일을 맡아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예산·재정 분야 전·현직 공직자 모임인 ‘예우회’의 9대 회장에 이어 제10대 회장직을 연임하며 나라 살림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광주일고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2009년 설립된 사단법인 학생독립운동장학진흥회부터 시작된다. 이에 남도일보는 장 이사장을 최근 서울 종로 광주일고 100주년 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만나, 기념사업회 주요 사업과 최근 근황, 예우회 회장으로서 역점 추진 사안, 호남이 나아가야 할 길 등을 들어봤다.

-광주일고가 올해 개교 103년을 맞았다. ‘사단법인 광주일고 100주년 기념사업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2020년 광주서중ㆍ일고 개교100주년을 맞아 2017년 출범하게 된 ‘광주일고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학생독립운동 발원 선도학교 동문으로서의 긍지를 살려 자기 개발에 정진하고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가와 지역사회 및 모교 발전에 공헌하는 인재 육성과 학술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주요 사업들은 학생독립운동 역사에 대한 연구, 목적 사업 유공자 포상, 학생 독립운동 기념 사업 관련 시설 마련 등이 있다. 특히 미래사회를 위한 지역 인재의 육성 및 창업·취업을 위한 학술 연구와 장학 사업도 한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장학 사업도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다. 이달 29일 오후 6시20분 서울올림픽파크텔 2층 서울홀에서 ‘2023년 장학금 수여식’이 진행된다. 광주일고는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나간 광주 학생독립운동의 발원 학교다. 광주일고를 비롯해 전남여고, 전주고, 경남고, 대구고, 춘천고, 홍성고, 이화여고 등 당시 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던 8개교에서 장학생 10명을 추천받아 각각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장학금은 이사장인 저를 비롯해 이사들이 함께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련했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당시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이어받고 발전시켜 나가며 연대의 의미를 더했다. 현재 광주일고와 전국 명문 고등학교들이 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구(舊) 명문고들은 대게 구도심에 소재하고 있는데, 고교 평준화가 되면서 인구 과소 지역이 된 것이다. 이에 광주일고는 학교의 위상과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사단법인’을 만들고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장학사업을 비롯해 현대적인 관점에서 학생독립운동이 어떤 교훈을 주는지 되살리고, 학술 연구나 논문 공모 등 다양한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2020년까지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하는 동안 ‘광주·전남 예산지킴이’로 활약하다가 지금은 서울에 머물고 있는데 최근 근황에 대해 얘기해 달라.

▶평생 공직 생활을 했고, 이제는 정치 일선에서도 손을 놓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호남의 발전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호남을 위한 예산과 인재 양성이다. 특히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내년 총선에 광주 지역에서 출마 예정인 기획재정부 출신 후배들이 있다. 이들 모두 충분히 역할을 잘 할 인물들이다. 각 부처 내지는 정부에 호남 출신이 없다. 특히 평준화 정책으로 인재들이 특목고에 집중되면서 고교 과정에는 호남에 남지 않는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학교 졸업식에 가보면 반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벌써 지역을 떠난다. 특목고나 수도권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중학생 때 지역을 떠나면 자아가 제대로 형성 안됐을 시기인데, 지역 즉 호남에 대한 동질성를 잃어버린다. 국가 전체적 교육 개혁도 필요하지만, 지역 발전이나 호남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심각한 문제다. 이를 우리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는 특강도 많이 나간다. 국제 경제 동향, 대한민국 미래 전망, 재정, 외교 등 다양한 주제로 특강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실물 경제 자문 역할도 맡고 있다.

장병완 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최근 서울 종로 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남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경제기획원을 비롯 재무부,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현 기획재정부의 예산·재정분야 전·현직 공직자 모임인 ‘예우회’ 회장을 연임하고 있는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예우회는 정부에서 수십 년간 국가 경제 운용 기획과 재정 업무를 담당한 전문가들이 모여 국가 경제와 국민 삶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85년 예산분야 공무원들의 친목모임으로 출발해 현재까지 40여 년간 국내 최고의 예산분야 공무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역대 장·차관 출신만도 70여 명에 달하며 예산실장 등을 포함한 총 회원 수는 600여 명이 넘는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활동하는 것은 ‘재정준칙 법제화’다.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도 다녀왔다. 재정준칙을 법으로 제정하여 재정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재정준칙은 나라 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내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2% 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독 재정 건정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역대 나라 살림을 담당했던 경제 정책 담당자들은 재정은 국가 경제 정책의 ‘최후의 보루’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망하면 금융이 뒷받침하고, 금융 시스템이 고장 나면 결국 재정을 투입해 살려야 한다. 외환위기나 국제 금융위기는 사실상 금융이 망가진 경우인데, 결국 재정을 투입해 살려낸 것이다. 하지만 재정이 망가져버리면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가 정책의 최후의 보루는 재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결정적인 뚝이 무너져 버렸다. 민주당은 여전히 추경에,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포퓰리즘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정부에서는 재정 건전성 기조로 가고 있지만, 이미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에 재정 규칙을 도입하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특히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터키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있다. 앞으로 재정은 악화될 일만 남았다. 대비를 위해서라도 매년 살림살이를 긴축·균형 있게 운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 자식, 손자들이 감당할 돈이다. 지금 배부르게 쓰고 나몰라라 짐만 넘기면 안 된다. 재정은 결코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니다. 건전재정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재정 건전성 확보를 하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예우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7월 열린 사단법인 광주일고 100주년기념사업회 임시총회 및 이사장 이·취임식. /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 제공

-장병완 하면 ‘예산전문가’라는 호칭이 늘 따라다녔고, 현재도 역시 호남 출신 최초로 예우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현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조에 예산이 대거 삭감되면서 내년 예산에 대한 말들이 많다. 이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견해는.

▶문재인 정부는 운이 있던 편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 앞서 몇 년간 특히 세수 사정이 호황이었다. 수출을 비롯해 법인세를 중심으로 많이 들어왔다. 지금은 안 좋은 시기다. 대통령이 잘못해서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신냉전 체제에 미국과 중국 틈에서 물자와 기술 이동이 안되다 보니 자본 이동도 안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을 해도 지금은 예전처럼 경제가 쉽게 좋아지기 어렵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우리가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수 부족으로 여러 사업들이 위축될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도 사실상 힘들다. 풍년일 때는 곳간을 쌓아두고, 흉년이 들면 쌓아놓았던 곳간에서 다시 꺼내 충전을 하고 넘겨야 하는데, 그간 그렇지 않았다. 현재 우리는 수축 경제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모두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 잘 살았던 시기 향수에 젖어서는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꿋꿋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해 주길 바란다.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들은 공직자들이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직들이 견제와 감시를 받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고장 나버렸다. 이에 반드시 호남에 경쟁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호남은 1당 독점 체제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졌다. 특히 현재 호남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들이 정치권에 없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호남은 묻지마 투표를 했다. 그들은 제 목소리도 못 내고 있다. 중앙부처 등 공직사회에도 호남 출신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은 정부 사람들을 만나 호남 사람을 중용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나의 국정 운영 기조로 정하라 조언도 한다. 이제는 호남 인력 양성과 인재 육성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호남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경륜과 식견, 의지와 역량을 갖춘 사람들을 호남의 대표로 선출해야 한다. 또한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 예를들어 학생독립운동, 일제강점기 등 암울했던 시기 젊은 학생들이 들고일어나 자주 독립을 외쳤던 그 정신을 우리가 이어받고 선양해 나가야 한다. 다만, 일본을 적대하듯 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가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일본보다 잘하면 된다. 지금 구매력 기준으로 이미 우리나라가 일본을 뛰어넘었다. 안보를 비롯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본과 협력을 할 수밖에 없다. 잘못된 것은 비판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며 실용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 정신을 살려 이번에 장학금도 지급하는 것이다.
서울/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장병완 사단법인 광주일고 100주년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임원진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광주일고100주년기념사업회 제공

■장병완 광주일고 100주년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걸어온 길

-전남 나주 출생

-광주 제일고 졸업

-서울대 상과대학 무역학 학사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행정학 박사

-제17회 행정고시 합격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기획예산처 차관·장관

-제10·11대 호남대 총장

-광주 남구 18·19·20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상반기 산자위 위원장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現 9대·10대 예우회 회장

-現 광주일고 100주년 기념사업회 이사장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