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운(고흥소방서장)

 

문병운 고흥소방서장

고령화시대가 되면서 요양병원의 수와 이용객은 증가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화재시 자력으로 대피가 곤란한 환자들이 요양·거주하는 시설로 소방관들은 피난약자시설이라 부른다.

최근 3년(2020~2022년) 전남에서 발생한 요양병원의 화재는 5건으로 4천2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20년 7월 10일 오전 3시 42분경 모두가 잠든 시각 고흥군의 한 병원에서 천장 시스템 냉난방기 원인 미상의 화재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을 입었다.

피난 약자시설에서 화재는 연기와의 싸움이다. 일차적으로 화재 발생 억제 및 연소확대 방지를 위한 피난 및 방화시설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고 이와 더불어 소방시설과 피난대책 수립 등이 보완되는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소방에서는 화재 발생 시 자력 대피가 어려운 피난약자시설을 대상으로 자율안전관리 체계 확립을 위한 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피난약자를 대상으로 다수가 대피할 수 있는 경사로, 피난미끄럼대, 대피공간 등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관계인 소방시설 안전관리 지도, 피난약자 거주시설의 돌봄인력에 대한 대피 최우선 안전교육, 최근 화재 사례 전달 및 화재 예방 당부, 거동 불편 환자의 신속 구조를 위한 재실알림판 설치 지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발생하면 자칫 큰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요양원 등 노인시설의 화재,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첫째, 화재로 인한 사망 피해는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철이 훨씬 높은데 노인시설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가 많고 화재와 같은 긴급상황 시 상황대처 능력이 많이 떨어져 화재 예방 및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겨울철 요양원 내 전기난로, 전기장판 등 난방기구 사용 시 안전에 유의하고 한 콘센트에 여러 개의 전선을 꽂는 문어발식 콘센트는 과부하 발생으로 화재의 위험이 있어 자제하도록 하며,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둘째, 종사자는 안전 불감증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 간혹 건물 내 화재 발생 사실을 감지한 화재경보기가 울리더라도 안일한 생각으로 대피 및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분 1초라도 빠르게 행동한다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도 살릴 수 있다.

셋째, 소방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훈련에 임할 때 실전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화재 발생 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잘 대피할 수 있도록 항시 비상구 및 대피로를 확보하고 주기적으로 대피훈련과 교육을 해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모든 환자를 침대에서 바닥으로 내려놓은 후 한 사람씩 옥외로 대피시키는 훈련을 반복해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평소 재난 상황 발생 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을 항상 기억하며, 화재로 인한 불길과 연기 등이 보이지 않더라도 재빨리 임무를 수행하는 종사자가 되자. 노인 환자를 대피시키는 건 힘든 일이지만 적극적으로 화재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주기적인 점검과 훈련 및 교육을 하는 것이 안전한 요양원 등 노인시설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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