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범 작가, ‘남촌 남강 선생’ 출간
장성 출신 故 이영구 선생 주인공
韓 현대사 픽션·논픽션 경계 오가

 

이석범 작가

광주CBS PD와 전남CBS 보도제작국장을 지낸 이석범 작가가 소설 ‘남촌 남강 선생(한국문화사)’을 펴냈다.

이 소설은 전라남도 장성을 주 무대로 일제 강점기와 신탁통치 찬반 운동, 미군정 시기, 전쟁과 좌우 이념 대립의 극치, 이승만 정부의 혼란과 박정희 정부의 강압 정치 등 한국 현대사를 거쳐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

소설의 주인공인 남강 이영구(1900~1980) 선생은 이용중의 손자로 실존 인물이다. 이영구 선생은 1929년 8월 전남 장성군에서 신간회 장성지회에 참여해 검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1930년 동회 재무부장 겸 회계, 1931년 동회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이후 1931년 9월 장성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준비위원 및 부조합장 등으로 활동하다 1933년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 5월 21일 향년 80세로 눈을 감았다.

저자는 “남강 어르신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죽마고우의 권유 앞에 주저했다. 어르신의 고귀한 삶과 정신을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있거나 후대들에게 전하는 데 있어 소홀함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며 “죽마고우로부터 남강 어르신의 삶과 정신을 전해 듣고 공감하면서 친구의 조부님에 대한 그리움을 저도 조금이나마 함께 느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졸필을 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생명 존중과 충직함을 가슴에 품었던 선비, 굽히지 않은 기개와 흔들림 없는 지조로 평생을 걸어오신 유학자, 뵐 수는 없지만 언제나 마음 깊이 자리하고 계시는 분이다”고 설명한다.

이석범 지음/한국문화사 펴냄

이영구의 조부 이용중이 해남 현감을 사직하고 고향 장성으로 돌아왔다. 목숨 바쳐 모셔야 할 종묘사직에 대한 희망도 없었다. 조선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했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수치심도 컸다. 이용중은 자신도 하서와 같이 이곳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백성들의 곤궁을 더는 데 힘을 보탤 작정이었다.

500년 조선이 일제에 강점된 후 고종의 인산과 3·1 만세운동에 참여하고, 신간회 장성군 지부 창설, 협동조합 결성, 광주학생운동 진상 조사위원으로 활동한 이영구는 결국 일본 경찰에 사상범으로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고, 8개월의 옥고를 치른다.

반민특위와 보도연맹 사건에 따른 좌우 이념의 대립 속에 무고한 양민의 죽음을 막아내고, 자신도 자아비판과 인민재판의 희생양이 되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봉착한다.

소설은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대목에 이르러 독자들을 숨 막히게 이끈다. 화재로 전소된 학교를 이전 설립하기 위해 자신과 문중의 논밭을 내놓고 두 차례 장성읍 의원, 백계리 협동조합장, 재건국민운동, 황룡강 주변 제방을 수축하고 장성댐을 건설하는 데에도 일조한다. 1970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한다.

한편 이 작가는 1960년 광주 출생으로 광주 서석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했다. 광주CBS PD와 전남CBS보도제작국장을 역임한 바 있다. 광주C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CBS매거진’ 등을 연출했다. 1999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선정한 ‘이달의 PD상’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