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권(광주트라우마센터장)

 

김명권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광주트라우마센터는 2012년 10월 18일 전국 최초로 부당한 국가공권력에 의한 국가폭력을 경험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전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동안 광주트라우마센터는 5·18민주화운동 중 국가폭력을 경험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 그리고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 사건의 경험자와 그 가족을 비롯해 여순항쟁, 조작간첩사건, 부마항쟁, 아람회사건, 삼청교육대, 사북항쟁,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민족민주열사, 민주화운동 관련 등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오고 있다. 2021년 말까지 등록하신 회원수는 557명이었으나 2023년 11월 현재 1천133명으로 2배이상 급증하였고, 이분들은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받고 있다.

광주트라우마센터에 등록하신 회원분은 먼저 심리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을 받고 심리 안정화를 통해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마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신의 상황에 맞은 프로그램이나 모임 등에 자율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트라우마 치유의 길을 접할 수 있게 된다. 많은 분들께서도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는 그 과정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는 국가폭력을 경험하신 분들이나 그 유가족은 같은 상황에서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그 증상의 발현이나 그 정도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고 그 치유의 절차 또한 달리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주트라우마센터에 오랫동안 근무해 온 트라우마 치유 전문가들조차도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외상이 재경험되거나 자살사고 우려 등이 있는 경우에는 정말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 직원의 이직률이 약 25%에 이른다는 것도 평범하지 않고, 치유과정 속에서 업무가 소진되는 일도 흔히 있게 된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분들의 자살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5·18민주화운동이 있었던 1980년에는 25명이 자살하였고 1990년대는 3명이, 그리고 2000년에서 2012년까지는 18명이 자살함으로써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상이 후 자살률이 10.4%로 일반인의 500배에 이른다는 것만 보아도 참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로 국가폭력 경험자의 심리적 고통 상태 등을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는 여타의 질환과 같이 조기 발견하여 조기 치유하면 회복 속도가 다소 빠를 수 있다는 점과 트라우마 치유를 이유 없이 늦추는 경우에는 다른 질환과 같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어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트라우마의 고통이 점점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쉽게 간과하고 있다.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도 부족 때문이다. 이만큼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의 길은 험난한 인생 경로의 한 통과과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 전문기관인 광주트라우마센터에 등록하신 분들 중에는 정신적 외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시고 외상후 성장을 하신 성공적인 사례도 드물지 않다는 점에서 국가폭력 트라우마를 온전하게 치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어둠 속 미로에서 밝은 행복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광주트라우마센터의 2024년도 국립화는 쌍수를 들어 반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 광주트라우마센터의 국립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라는 명실상부한 명칭에 걸맞는 온전한 국립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는 국립이란 명칭이 포함하고 있는 바와 같이 예산지원에 있어 전액 국비로 지원하여 부당한 국가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경험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 전문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나름 생각해 본다.

현재도 광주트라우마센터는 행정안전부에서 50%를 지원하고 있어 정말 고맙기 그지없으나 내년도에는 국립으로 전환됨에도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보이지 않은 부당한 국가공권력의 작용이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로 마음이 무겁다. 아울러, 국립전환과 관련해 계속적 지방비 부담은 반쪽짜리 국립이며, 무늬만 국립인 식으로의 전환은 온전한 국립전환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폭력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대승적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슬기로운 지원방안이 마련될 수 있기를 광주트라우마센터의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로의 전환에 즈음해 마음 깊이 소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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