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은 마을이 건네준 선물 ‘힐링’

넬슨~그레이마우스 중간지점
안내센터 직원 추천 트레킹 코스

석회암과 사암이 단단히 다져진
시루떡 처럼 생긴 ‘팬케익 바위’
하르트마운트, 원시림 같은 숲
전망대 올라서면 해안가 절경
포로라리강, 자연 그대로의 밀림
남섬 여행 중 ‘보석 만큼 멋진 곳’

고독한 섬

여행하다 보면 가끔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에서 보석 같은 가치를 발견하고 스스로 대견할 때가 있다.

안내책자나 블로그를 참고해 여행계획을 세우나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내게 꼭 맞은 장소를 발견할 때가 가끔 있다. 역시 여행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작년에 스페인 북쪽 길을 걷던 중 르아루카란 마을이 작지만 내게 딱 맞는 좋은 도시라 생각했다. 스페인 어떤 여행 안내책에도 주목하지 않았던 도시기에 내가 신세계라도 발견한 양 환희에 가득 찼던 기억이 있다.

뉴질랜드 남섬에서는 푸나카이키가 내게 그런 곳이다. 넬슨에서 출발해 그레이마우스까지 하루에 이동하기가 부담스러워 별생각 없이 방문한 곳인데 이곳이 내게는 남섬의 숨은 보석이었다. 오늘은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마을 중앙에 여행자를 위한 여행자 안내 센터가 있고 상점 4~5곳이 전부이며 주민들은 밀림 같은 숲속에 군데군데 박혀 있어 가름할 수 없다.

안내센터 직원에게 트레킹 코스 몇 개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자 친절하게 3곳을 알려줬다.

첫 번째가 Pancake Rocks & Blowholes로 이곳은 바다 생물의 침전물로 단단한 석회암과 부드러운 사암이 층층이 형성되면서 거대한 압력으로 생성된 팬 케익 모양의 석회암 지대이다.

입구에 이 암석의 생성과정을 설명한 안내판을 지나면 잘 정비한 인도 전용 포장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해풍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입구의 밀림지대를 지나면 바닷가로는 바로 파초처럼 사람 키만큼 자란 난초가 있고 절벽에는 층층이 시루떡처럼 팬 케익 바위가 널러져 있다.

멀리 호주 태즈먼해에서 불어온 파도는 거침없이 밀려와 거대한 폭포수처럼 바위에 부딪혀 물살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 관람객을 오싹하게 긴장케 했다. 잘 정비된 길가에는 청정한 해풍을 맞고 자란 파랗고 싱싱한 난초가 하늘하늘 움직일 때마다 음악 소리를 만들어 냈다.

중간쯤에는 사각형 모양의 거대한 웅덩이가 파도 소리에 맞춰 포효하고 있다. Blowholes에는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 하부가 침식작용으로 바다와 뚫려있어 파도가 해안에 밀려올 때마다 이 구멍을 통해 동시에 바닷물이 썰물처럼 밀려와 사각형 웅덩이 안쪽 바위에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자세히 바닥을 관찰해보니 두 곳이 침식으로 바다와 연결되어 있었다. 굉음과 함께 밀려온 파도 소리와 물보라가 지나가는 방문객을 사로잡았다. 끝 언저리에는 개인용 해변처럼 아담한 백사장이 있어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걸어보니 모래는 아니고 모두 아주 작은 자갈이다. 이 좋은 곳을 입장료도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Truman Track으로 바다 전망대를 설치한 Hartmount Place까지 왕복 45분 거리 코스이다. 도로 주차장에서 바로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비가 내려 습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원시림 같은 숲이 펼쳐져 있고 오직 인간의 손이 닿은 건 걷고 있는 길뿐이었다. 잘 정비된 전망대에 올라서면 이곳 해안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평범한 바닷가 해안선에 약간 길게 바다로 뻗어 있어 양쪽 해안선을 조망할 수 있는 전해의 요지였다.

세 번째로 Pororari River Track은 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 다른 강과 합류하는 곳에서 Swingbridge가 있는 왕복 2시간 거리 코스다. 안내판을 따라 주도로를 벗어나 주차한 후 마오리족 문양의 들머리 대문을 지나 잘 정비된 산책길을 따라 강을 거슬러 오른다. 이곳도 밀림이 그대로 존재한다. 길을 만드는데 최소한 면적만 다듬었고 밀림 안에 있는 모든 건 그대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래 주나무인 엄마 나무는 고사하고 그 사이에서 자란 두 그루의 나무가 엄마 나무를 사이에 두고 하늘 높이 올라간 모습, 고목에 이상한 이끼와 넝쿨 식물이 달라붙어 제가 주인인 양 고목을 덮어 고목이 머지않아 죽을 것 같았다.

두 곳에는 고목 사이를 지나는 길이 있고 한 곳은 바위틈 따라 동굴을 지나는 코스도 있다. 지쳐 내려오는 두 명의 서양 여성을 만났는데 4일간 걷고 이제 내려오는 길로 어디가 종점이냐며 묻는다.

올라가는 길 좌측으로 말없이 흐르는 맑은 강물이 이 숲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지 오늘도 더 낮은 곳을 찾아 바다 흘러만 간다.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다 풍경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다 풍경
해변 산책
해변 산책
팬케익 바위 가는 길
팬케익 바위 가는 길
팬케익 바위
팬케익 바위
팬케익 바위를 배경으로
팬케익 바위를 배경으로
거대한 볼홀
거대한 볼홀
트루만 트레킹
트루만 트레킹
하르트 마운트 해변
하르트 마운트 해변
하르트 마운트
하르트 마운트
하르트 마운트
하르트 마운트
포로라리 강 트레킹 안내판
포로라리 강 트레킹 안내판
트레킹 입구
트레킹 입구
포로라리 강을 배경으로
포로라리 강을 배경으로
산책길 전경
산책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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