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호(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나온 ‘가맹점주 고혈 짜는 필수품목 갑질,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 내에서 찬반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필자는 일단 이것을 말하고 싶다. 공공기관의 말은 상당히 건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이었다면 이렇게 논란이 가열됐을까? 그런데 정부의 발표는 모든 가맹본부들을 가맹점에게 갑질을 하는 잠정적 나쁜 집단으로 만들었다.

과연 그럴까? 과연 가맹본부들만 갑질을 하고 있을까? 그것은 가맹본부의 크기, 기간 등에 따라 다르다. 신생 가맹본부 중에는 가맹점에 끌려다니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공정위의 발표는 이 같은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가맹본부를 잠정적 갑질을 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정부는 어느 한쪽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 경쟁이나 공정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황을 보고 말을 해야 한다. 이번 공정위 발표 문구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럼 가맹본부들은 왜 필수품목을 고집하고 있을까?

수익을 위해서라는 말도 일견 맞다. 우리나라의 많은 가맹본부들은 물류비로 수익을 충당하고 있다. 즉, 가맹본부의 수익구조가 신규 가맹점 모집을 통한 수익과 물류비를 통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가맹본부들은 가맹점들에 로열티 부과뿐 아니라 총 사용 품목의 80% 정도를 필수품목을 지정하거나 대체품목을 지정하더라도 본사가 지정한 곳을 통해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브랜드 통일성의 문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는 직영점을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가맹점주들에게 전달해 수익을 창출하고 생존력을 높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가맹점의 원가와 수익 구조를 확인하거나 파악할 수 없다면, 가맹본부가 가진 비즈니스 모델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필수품목의 지정은 단순히 고혈을 짜기 위한 일이 아니라 경영지도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가맹점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작점이다.

가맹점의 원가란 작게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비용부터 크게는 운영을 위한 운영비를 포함해 계산하게 된다.

해외에서 경험한 프랜차이즈를 보면 이들은 본부에서 지정한 회사 또는 본부로부터 모든 것을 구매했었다. 채소를 씻는 세정제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유는 이러하다. 필요한 용량을 초과해 세정제를 사용했다면, 원가 상승이 되는 것이고, 적게 사용했다면 위생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경영지도가 들어오게 된다.

앞치마와 옷도 마찬가지다. 실제 인원보다 많은 유니폼이나 앞치마를 주문했다면, 이는 원가 상승을 의미한다. 적게 했다면 위생이나 매뉴얼 상의 통일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가맹점에서의 주문량과 판매량을 비교하여 분석해 1차로 경영지도를 한다. 이후 개선사항이 없다면 그때 슈퍼바이저가 나오게 된다. 매장에서의 구매 수량과 판매량을 비교할 수 있어야 원가 분석과 수익 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올바른 경영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가격들이 천차만별이고 이를 확인할 수 없다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적당한 원가와 손익구조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러면 경영지도는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가맹본부도 명심해야 하는 사항이다. 가맹본부는 경영지도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가맹점에게 잘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항상 확인하고 그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분한 능력을 잘 갖추고 있을 때, 가맹점은 가맹본부를 믿고 따라갈 수 있다.

유럽에서의 가맹본부에 대한 정의를 보면, 가맹본부는 검증되고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3자에 전달할 수 있는 자, 또는 기업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가맹본부도 그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많은 가맹본부는 본부의 수익을 로열티가 없는 대신 물류비로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 그 물류비로 수익을 충당할 수 없다면, 가맹본부는 어디서 수익을 창출해 운영해야 할까? 물론 물류비를 낮출 수 있다면 최대한 낮추는 것이 좋다.

그러면 가맹본부의 수익은 어디서 나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로열티의 정립’이다. 그래야 본부는 물류비를 통한 수익구조가 아닌 로열티로 인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물류비의 수익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나는 수익은 R&D를 위한 재투자가 가능하게 한다.

어느 기자의 말처럼 로열티는 만능이 아니다. 그리고 로열티의 정립까지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많은 논쟁을 거쳐야 한다. 이제 그 시작이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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