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어떠한 산업이나 사건에서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 등을 말한다.

스마트폰의 아이폰이 그랬고, 전기차의 테슬라, SNS의 페이스북이 게임 체인저라 불린다. 이들은 단순히 휴대폰, 차량, SNS 분야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까지도 바꿔놓았다.

스마트폰 하나면 메일을 확인하고,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하고, 금융거래도 한다.

SNS는 전 세계인들의 연락망이 되어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바코드 하나만 보여주면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 또, 하나의 열망을 갖고 ‘챌린지’에 함께 도전한다. 전기차 열풍은 충전소가 주거 영역까지 진입하도록 했다.

전 세계 에너지 업계도 게임 체인저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바로 소형모듈원자로, SMR이다. 전 세계 국가들은 탄소 배출 ‘0’ 달성을 위한 해법을 원자력에서 찾고 있는데, 다양한 원전 노형 가운데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대도시 주변에 설치할 수 있고, 수요지 인근에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부담이 없는 SMR이 매력적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략 54개월 정도 걸리던 대형원전 건설 기간이 SMR로 건설 시 약 24개월로 단축되어 공장에서 제작, 현장 조립만 하면 된다. 출력 제어가 비교적 자유롭기에 간헐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와의 호환도 뛰어나다.

게다가 SMR을 활용하면 전기뿐 아니라 열과 수소, 물도 생산해 수소로 공장을 가동할 수도 있고, 열로 난방을 할 수도 있다. 바로 그렇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가 스마트 넷제로 시티(Smart Net-zero City)다. 새로운 형태의 도시가 창조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해 우리 기술로 만들어질 혁신형 SMR(i-SMR)과 혁신형 SMR이 에너지원이 될 스마트 넷제로 시티를 세계 무대에서 첫선을 보이고 있다.

단연 관심이 뜨겁다. 벌써 우리와 협력을 원하는 국가들이 있다. 캐나다, 요르단, 인도네시아와 이미 협력을 약속했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50여년간 쌓아온 건설, 운영 능력, 그리고 사막 한복판에서 보여준 바라카 원전의 기적에 큰 신뢰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휴대폰과 SNS, 전기차, 모두 에너지가 기반이 되지 않았다면 게임 체인저는커녕 이 세상에 등장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세상을 혁신케 하는 기술은 모두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는 모든 움직임의 동력이기에 시대가 바라는 것은 탄소중립적이며, 지속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이어야 한다. 경제적이어야 함은 물론, 이제는 활용의 다양성도 요구된다.

우리는 SMR이 에너지라는 국한된 분야에서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SMR은 수많은 분야의 게임 체인저를 탄생케 하는, 그 근본이자 대지인, 에너지의 신(新) 생태계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게임 체인저는 이 지구를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는 혁신이다. SMR은 그 바탕이 되고자 한다. 혁신형 SMR이 가져다줄 인류의 또다른 혁신, 게임 체인저는 무엇일지 기대된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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