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위에 ‘실’ 엮어 ‘줄타기 묘기’대행진
어린 유충 ‘날씬’·종령 유충 ‘납작’
종령, 가슴이 머리·배보다 좁아 불룩
단풍·양버즘·갈참나무 등 먹이식물
유충길이 28~36㎜…6월에 우화
나방, 양 날개에 ‘노란색 눈’ 무늬

 

 

노랑눈비단명나방(2015년 6월 23일, 병풍산)
노랑눈비단명나방(2015년 6월 23일, 병풍산)

애벌레를 찾아 다니다 보면 먹이식물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필연이다.

어떤 녀석들은 먹이식물을 둘둘 말고 그 속에서 먹고 살며 천적을 피하기도 하고, 아예 줄기속에서 사는 녀석도 있다. 겨울철엔 애벌레를 만나기가 힘들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잎을 말고 그 안에서 애벌레 상태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새로운 먹이를 찾아 자리를 옮기는 녀석도 있고, 낙엽층 아래에서 추위를 피하는 녀석도 있으니 자연은 참으로 신비스럽다.

나주에 있는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는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수목원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광주에서 가깝다보니 산림자원연구소에도 방문객이 많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필자도 그곳에 다양한 애벌레를 보기 위해 자주 찾는다. 바로 접해 있는 칙산에 올라 무등산과 나주평야를 한눈에 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2017년 8월 3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산림자원연구소를 찾았다.

부용 꽃잎에서 왕담배나방 애벌레를, 잎에서는 목화명나방 애벌레를 보는 등 다양한 애벌레를 만날 수 있었다.

엄청 더운 날이었지만 칙산에는 어떤 애벌레들이 있는지 궁금하여 발길을 옮겼다.

단풍나무들이 많은 곳에 들어서니 잎을 얼기설기 엮어 놓고 그 실 위에 붕 떠 있는 애벌레가 보인다. 마치 공중부양을 하는 것 같다.

먹이를 먹을 때도 실 위에서 먹고 이동할 때도 실을 타고 이동하는 특이한 녀석이다. 노랑눈비단명나방 애벌레다.

어린 유충은 날씬하나 종령 유충은 조금 납작하고 가슴부분은 머리와 배의 앞부분보다 좁아서 배가 불룩해 보인다. 색상은 전체가 옅은 연두색을 띄는데 필자가 만난 녀석은 머리와 가슴 그리고 꼬리 부분이 짙은 갈색을 띠고 있는 날씬한 녀석으로 중령 애벌레로 보인다. 단풍나무, 양버즘나무, 갈참나무 등 여러식물을 먹고 사는데 8~9월이면 만날 수 있다. 유충길이는 28~36㎜ 정도다. 다 자란 애벌레는 잎을 붙이거나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이듬해 6월에 우화한다.

노랑눈비단명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나방을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6월 23일, 병풍산에서다. 자정이 다 되어서 날개에 노랑눈처럼 보이는 무늬가 있는 녀석이 보인다.

집에와서 도감을 뒤져보니 노랑눈비단명나방이다. 적갈색바탕의 앞날개 중실 바깥쪽에 크고 누런 무늬가 뚜렷하다. 날개에 노랑눈이 있는 나방으로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지 2016년 7월 15일 함양의 오도재에서 노랑눈비단명나방을 다시 만났었는데 쉽게 이름을 불러 줄 수 있었다. 이럴 때 기분이 정말 좋다.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어 자주 본 것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보자마자 이름을 떠 올린게 신기할 뿐이다.

노랑눈비단명나방은 명나방과(Pyralidae)에 속하는 나방인데 우리나라에는 통마디알락명나방을 비롯해 136종 이상이 얼려진 큰 무리다.

어른벌레는 낮이나 해질 녘에 활동하는 종도 있으나 대부분 밤에 활동한다. 등불에 자주 날아오고 대량 발생하는 종이 많다. 이름에 비단명나방이 들어가는 나방들이 꽤 있는데 주홍애기비단명나방, 노랑머리애기비단명나방, 쥐빛비단명나방등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녀석들의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찾아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언제쯤일지….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노랑눈비단명나방(2016년 7월 15일, 오도재)
노랑눈비단명나방(2016년 7월 15일, 오도재)
노랑눈비단명나방 애벌레(2017년 8월 3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노랑눈비단명나방 애벌레(2017년 8월 3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노랑눈비단명나방애벌레(2017년 8월 3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노랑눈비단명나방애벌레(2017년 8월 3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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