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 따라 옛 명성이 흐른다

푸나카이키서 車로 40여 분 거리
바닷가 마을…대형 선박 입항 가능

일요일 맞아 인근 성당 찾아 미사
신부님 등 후환 환대…따뜻함 느껴
1945년 시계탑 지금도 ‘재깍재깍’
도시 곳곳 석탄산업 번성 자취 남아

 

 

그레이마우스 상징 시계탑
그레이마우스 상징 시계탑

그레이마우스는 푸나카이키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마을이다.

여행 끝날쯤에 체험할 트랜츠 알파인 익스프레스 열차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해 아서패스를 넘어 이곳 서쪽 끝 그레이마우스까지 연결되며 도시로써 성장하게 되었다.

이 열차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관광 열차로 오로지 열차 경험을 위해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이도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도시는 큰 그레이강을 중심으로 발달해 있고 강폭과 수량이 많아 만조 시 바닷물이 꽉 차 대형 선박이 쉽게 입항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적 요충지다.

방문했던 날 비가 내려 바닷가 방파제에서 보았던 파도는 내 생에 가장 높은 파도였고 밀려오는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칠 때마다 괴성과 자갈 구르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첫날은 억수 같은 비때문에 호텔에 머물며 저녁에야 외출할 수 있었고 날이 밝자 언제 그랬냐는 둥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아 걷기 좋은 날씨였다.

일요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인근 성당미사를 위해 교회를 찾았다. 일찍부터 신부님께서 미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방인이 방문하자 반갑게 인사하며 어디서 왔냐고 친절하게 물었다.

한국에서 출발해 남섬 여행 중 오늘 미사를 이곳에서 보고 싶다고 하자 선선히 악수하며 가족과도 인사한다. 자매님 한 분께서 성당을 안내해 주셨고 오래된 성당이며 별도로 있는 채플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 주셨는데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고 성당이 있기 전에 사용된 성당의 형태란 이야기로 이해되었고 그곳에는 유럽의 많은 나라 국기가 장식되어 있었다.

성당 특징은 우리처럼 제대 뒤쪽으로 예수님 십자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단을 벗어난 한쪽 벽에 모셔져 있다. 제대 끝과 양 측면에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어 맑은 햇살에 반사된 아름다운 그림이 벽에 그려진다.

성당 입구 위층에서 파이프 오르간이 미사 중 부드러운 음악 소리로 경건함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신부님께서는 미사 시작하며 또 파견 성가 전에 두 번이나 이곳 형제, 자매들에게 오늘 한국에서 오신 가족이 함께하고 있다고 직접 소개해주셨다.

성령강림 대축일 맞아 큰 은혜와 축복을 받은 기분이다. 미사 후에는 차와 다과를 준비한 휴게공간에서 이런저런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환담했고 아들 재성이 어려움을 이야기하자 바로 신부님께서 내가 항상 기도하겠다고 하신다. 마음이 참 따뜻한 공동체의 후한 환대를 받았다.

1872년 그레이강이 범람해 강둑을 높이 쌓았다. 그때를 기록한 사진을 보니 어른 발목만큼 온 시가지가 물에 잠겼으나 지금은 높은 강둑을 쌓았고 그곳에 그레이마우스 상징과 같은 시계탑을 1945년 처음 만들어 세웠다.

그리고 1992년 도시를 정비하는 과정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시간을 알리는 바늘이 정시에 머물자 시계탑은 음악과 함께 큰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종을 현재도 치고 있다. 바닷가 쪽으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현지 젊은이들은 달리고 나이든 어른들은 배낭을 메고 이 길을 따라 걷는다. 한때 골드러시와 석탄산업이 융성할 때 강 하구까지 연결된 철로를 따라 많은 물산이 바다를 거쳐 여러 도시로 이동했을 것인데 지금은 흔적만이 세월을 이기고 있다.

도시 곳곳에 ‘Coal is good!’ 글자를 쉽게 볼 수 있다. 석탄산업이 한때 이 도시를 번성시켰으나 기후환경의 변화에 따른 에너지 자원에 대한 변화를 읽지 못해 급격히 무너졌다. 예전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벽에 낙서한 것으로 판단된다. 바다 방파제까지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고 부두에 도착하자 파도에 밀려온 하얀 포말이 백사장을 덮고 있었다. 막힘없는 파도는 밀려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며 방파제 위까지 물을 뿌렸고 파도 세기가 어제보다 더한 것 같았다.

방파제 시작하는 지점에 작은 참호가 하나 바다를 향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이곳을 지켰던 의인을 기념하기 위해 그분의 동상을 세웠고 이곳을 역사로 남기려는 이들 생각이 존경스럽다. 있는 역사를 버리고(한국) 없는 역사도 만들며(일본) 남이 버린 역사를 자기들 역사로 만드는(중국) 재주가 남다른 우리 주변 3국의 이야기가 새롭게 들려온다.<끝>

글·사진/김진환 건축가

바닷가 파도
바닷가 파도
파도에 위험한 배
파도에 위험한 배
파도를 배경으로
파도를 배경으로
그레이마우스 성당
그레이마우스 성당
미사 후 간식
미사 후 간식
그레이마우스 성당 주임신부와
그레이마우스 성당 주임신부와
강변 전망대
강변 전망대
부두의 조형물
부두의 조형물
그레이마우스 항에서
그레이마우스 항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바다를 배경으로
일본군에 대항했던 민병대
일본군에 대항했던 민병대
바닷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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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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