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화해·용서 분위기에 기대
대국민 공동선언에도 지역 민심 싸늘
특전사동지회 자체 조사위도 해산해
5·18 공법단체는 자중지란 “씁쓸”

 

올해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이뤄진 5·18 부상자회·공로자회와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의 만남은 섣부른 화해와 용서로 더 큰 갈등만 키웠다. 사진은 지난 4월 2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특전사 5·18자체조사 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특전사동지회원들이 묵념하는 모습. /뉴시스
올해 5·18민주화운동 43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이뤄진 5·18 부상자회·공로자회와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의 만남은 섣부른 화해와 용서로 더 큰 갈등만 키웠다. 사진은 지난 4월 2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특전사 5·18자체조사 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특전사동지회원들이 묵념하는 모습. /뉴시스

올해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서는 5·18 당시 광주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특전사 출신들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화제가 됐다. 특전사동지회가 내민 손길에 공법단체인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화답하면서 당시 계엄군의 증언 등 정확한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갔다. 하지만 이같은 화해와 용서가 공법단체 회원 등의 동의 없이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5·18단체 내 갈등은 커져만갔다.

14일 5·18단체 등에 따르면 공법단체인 5·18부상자회·공로자회와 대한민국특전사동지회는 지난 2월 19일 광주에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행사는 5·18 진상규명을 위한 포용, 계엄군과의 화해, 5월 영령에게 감사한다는 의미를 담아 열렸다. 특전사동지회는 이날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하며 5월 영령의 넋을 기리기도 했다.

부상자회는 1980년 5·18 당시 상부의 명령을 받고 광주 시민을 진압했던 계엄군을 설득,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여는 ‘오늘의 증언이 5·18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증언식을 두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공법단체들과 특전사들은 서로 상호교류하며 5·18진상규명에 뜻을 모았다.

반면, 이를 계기로 공법단체 회원들은 양분됐다. 부상자회 회장 등이 회원 동의 없이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광주 초청 등을 결정하고 올해 2월 특전사회와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열어 지역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은 점, 최근 정율성 기념사업과 관련한 일간지 광고를 이사회 의결 없이 단독 진행한 점 등을 들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공범단체 간부들의 보조금 유용가 횡령 등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

5·18묘지 기습 참배 하는 특전사동지회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지난 2월 19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하고 있다. /5·18묘지관리사무소 제공
5·18묘지 기습 참배 하는 특전사동지회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지난 2월 19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기습 참배하고 있다. /5·18묘지관리사무소 제공

결국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지난 10월 부상자회 임시이사회서 상벌운영규정 제14조 직권남용 등으로 징계 대상에 올라, 5년간 직무를 정지시키는 징계를 받았다.

황 회장과 함께 특전사동지회와의 화해, 용서를 추진했던 정성국 5·18공로자회 회장 역시 지난달 자격정지 5년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황 회장 측은 5·18 부상자회 회장이 자신을 직무 정지시킨 처분이 부당하다며 임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5월 단체가 극심한 내홍에 빠진 사이 지난 7월 특전사동지회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공수부대의 만행을 조사하기 위해 자체 출범했던 ‘특전사동지회 5·18자체조사 위원회’를 해산했다. 지난 4월 24일 출범 이후 3개월 만에 성과 없이 공식 해산된 셈이다.

앞서 특전사동지회는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됐던 3·7·11공수여단 예비역들을 조사한다는 내용으로 특전사조사위를 출범, 책임자와 조사위원 총 13명을 두고 내년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 조차 마련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자취를 감췄다.

5월단체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큰 지탄을 받았던 5월 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맺은 2·19 공동선언문도 폐기 수순이다. 해당 선언문은 ‘5·18 학살세력을 포용한다’는 취지로 왜곡·변질돼 폐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공동선언문은 5·18 단체가 특전사회 창설 주축들의 5·18 학살 만행을 ‘불가피한 상황’으로 여기고 향후 화합에 나선다는 취지로 발표 이후 지역사회가 양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5월 단체 한 관계자는 “진정한 사죄가 선행되지 않은 공동선언문은 의미가 없다”며 “양 측이 존재하는 화해와 용서는 서로가 진심으로 화해하고 용서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단체와 특전사동지회의 일방적인 화해와 용서는 5월 영령과 유족에게 더 큰 아픔만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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