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랑(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학년)

 

조여랑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1학년

전남대학교 기숙사는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점검을 실시한다. 냉장고나 화장실의 위생상태, 그리고 거주자 본인 확인 등의 점검을 하는 시간이다. 며칠 전 정기점검을 실시하는데 점검요원분이 말씀하셨다. “빈대 확인을 해야 해서 매트리스 위로 올려서 보여주시겠어요?” 1년 동안 기숙사에 살면서 한 번도 거치지 않았던 절차였는데, 요즘 들어 빈대가 국내에 들끓는다는 보도가 이어지다 보니 기숙사에서도 이에 대해 점검을 하기로 한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에서 빈대 점검을 한다고 하니 어쩐지 무서운 기분이었다.

왜 우리는 빈대를 무서워할까? 빈대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가려움을 준다. 또한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몸에 붙어서 살아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빈대를 꺼려하는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빈대에는 사회적 인식이 존재한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빈대의 심각성을 알리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영상에는 ‘얼마나 주거환경이 더러우면 빈대가 나오냐?’ ‘2023년에 빈대라니… 실화인가’ 등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이러한 댓글들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사람들은 빈대를 ‘비위생적인 곳에 사는 곤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얼마 전 광주의 한 반지하에서 빈대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에서는 빈대의 심각성과 대처방안을 알리고 있었지만 나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은연중에 반지하나 고시원은 ‘빈대가 나올만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빈대는 내가 사는 거주 공간에서는 나오지 않는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요즘 들어 빈대는 기차나 기숙사같은 공공장소에서도 발견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뉴스가 보도되자 나는 새삼 놀라고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정작 빈대는 차별 없이 어디든 자리를 잡는 중인데, 나 혼자만 ‘여기는 안전할 것’이라며 편견 속에서 무언의 벽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는 경계가 없다. 어디는 잘났고 어디는 못났고의 문제가 아니다. 적어도 자연의 섭리에서는 그렇다. 어쩌면 그 공간들을 구분 짓는 것은 우리의 시선이 아닐까.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가장 차별이 없는 것은 빈대였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요즘이다.

※외부 칼럼·기고·독자투고 내용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