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기럭지 자랑하는 애벌레…붉은 톱니모양 드레스 뽐내는 나방
애벌레 길이 47㎜ 꽤 큰편에 속해
연두색…머리·가슴·배 구분 힘들어
머리 한가운데 ‘가는 검은줄’ 인상적
중령·종령 애벌레 생김새 차이 없어
키버들·갯버들 등 버드나무류 먹이
분류 변화로 톱니밤나방서 이름 변경

톱니큰나방

12월도 절반이 넘어가고 있는데 포근한 날씨 속 오늘은 오전부터 비가 내린다.

얼마전 아산 곡교천에서 자전거를 탔는데 하루살이들이 엄청 많아 깜짝 놀랐다. 옷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것같았다. 무등산 마집봉 가는 길에는 벌써 길마가지가 고운 꽃을 피우고 그윽한 향을 내뿜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는데 세상 돌아가는게 걱정스럽다. 우리가 사는 지구 온도가 1.5℃ 올라가면 살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 시기를 2050년으로 예상했었는데 2040년으로 10년 빨라진다는 암울한 소식이다.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억장이 무너지는 일들 뿐이다.

애벌레를 찾아 이리 저리 다니면서 느낀다.

자주 보이던 녀석들이 잘 보이질 않는다. 어떤 때는 한 녀석도 못 보고 온 기억도 더러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내리는 비가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단다.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나 보다.

하지만 나무들은 진즉부터 봄을 준비하고 있다. 묵은 잎을 떨어뜨리고 잔뜩 움크리고 있는 것 같지만 겨울눈들은 벌써 부풀기 시작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버드나무는 종류가 많다. 버드나무과 버드나무속에는 버드나무, 키버들, 갯버들, 수양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선버들 등이다. 흔한 만큼 이것들을 먹이로 살아가는 애벌레들도 많다. 잎말이나방을 비롯해 재주나방 그리고 독나방, 밤나방 등 수많은 애벌레들이 버드나무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2021년 8월 15일, 가평 화악산에서 처음 만난 애벌레가 있다.

버드나무 잎을 열심히 먹고 있는 녀석. 애벌레 머리, 가슴, 배 모두 연두색으로 쉽게 구별이 되질 않았다. 몸 양쪽으로 가늘고 검은 줄이 있어 그나마 알아 볼 수 있었다. 톱니큰나방(Scoliopterxy libatrix) 애벌레다. 톱니밤나방으로 불렸었는데 분류체계가 바뀌면서 태극나방과 톱니큰나방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화학산은 높이가 1천m가 넘는 높은 산이다. 버드나무는 낮은 지역에서도 잘 자라는데 낮은 곳에서는 톱니큰나방 애벌레를 본 기억이 없다.

허운홍 선생이 펴낸 도감에서도 지리산 성삼재와 가평의 명지산에서 채집하신 것으로 보면 높은 지역에서 관찰되는 것으로 보인다. 단식성이 아니고 협식성인 것을 보면 버드나무류는 다 먹는 것으로 판단된다.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는 호랑버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것도 먹는지 궁금하다.

톱니큰나방 중령과 종령 애벌레의 생김새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머리 한 가운데 가는다란 검은 줄이 있는게 인상적이다. 유충시기는 5월과 8월 두차례이고 길이는 47㎜정도로 꽤 큰 편이다. 다 자란 애벌레는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11일 지나면 우화한다.

굴곡심한 톱니모양의 날개를 보고 톱니큰나방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기부와 중실 안쪽에 흰 점이 하나씩 있고, 중실 바깥쪽에 작고 검은 점이 선명하게 보인다. 앞날개는 적갈색 바탕이며, 전연부는 회백색을 띠며 흰점 사이와 검은점 밑으로 흰 줄이 있다.

톱니큰나방은 5~8월 활동하는데 도감에서 눈으로만 익혀 둔 녀석이다. 톱니큰나방 사진은 다초리 김상수 저자가 2012년 6월 무등산에서 담은 것이다. 이곳에서도 관찰되는 녀석을 아직껏 만나지 못했으니 뭘 보고 다녔나 하는 한심한 생각도 든다.

모르는 나방을 만났을 때 언제 물어봐도 기꺼이 동정해 주고, 자료도 아낌없이 주는 고마운 분들이 있기에 묵묵히 애벌레들을 찾아 나서고 나방들을 찾아 움직인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그날을 위해….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호랑버들 (2019년 4월 13일, 누에봉)
버드나무(2015년 4월 5일, 외동)
톱니큰나방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톱니큰나방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톱니큰나방애벌레(2021년 8월 15일, 화악산)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