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국의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로 집계 이래 최저점을 기록했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을 통해 접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그리고 이미 한국이 선진국에 들어선 만큼 여러 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출산 현상이 수년간 진행되었다고 당장 나라가 망하거나 소멸하지는 않을 테다. 하지만 저출산이 우리 사회를 여러 가지 위기에 빠뜨리는 원인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성장 동력이 약화된 경제 상황이 저출산의 늪과 만날 때 결코 우리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안 보이고, 또 우리에겐 어떠한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 한국에 주어진 궁극의 난제이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 열정적인 교육열을 기반으로 초고속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이 같은 교육 환경이 한국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큰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이 일찍이 갖추어져 인터넷 기반 여러 문화를 빠른 시간 내에 흡수하고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그리고 케이컬쳐(K-Culture) 확산의 주요 요인이 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숨겨져 있는 이면을 살펴보자. 우선 열정적인 교육열 뒤에는 끊임없는 줄 세우기와 남을 짓밟아야 내가 올라가는 격화된 경쟁구조의 고착화가 몸통을 숨기고 있다. 타인과의 비교는 일견 나를 성장시키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한 방법은 절대로 아닐 테다. 엄청난 규모의 사교육 시장이 공교육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은 이러한 단면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인터넷 문화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게임 속 나의 모습, SNS 속 나의 모습이 실제 나의 모습과 온전히 일치하기는 불가능하다. 나아가 일부의 사람들은 현실의 내 모습과 가상의 내 모습을 때로는 헷갈리거나 의도적으로 인터넷 안에서 본인을 숨기고 생활하기도 한다. 물론 현실이 아닌 인터넷상에서 얼마든지 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으나 현실과 인터넷 공간이라는 불일치가 때로는 사람 간의 관계 형성에 있어 또 다른 어려움을 유발하는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이 드는 지점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이 곧바로 취업의 어려움, 결혼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저출산과 직접 연결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수많은 저출산 요인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힘들 것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함께 살아가는 것의 즐거움, 기쁨 등이 공동체 형성의 기본이 되는 건 자명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출산의 늪을 빠져나가는 길은 질적, 양적인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적인 성장 뒤에 숨어 때로는 모른 채 방치하였던 숨겨진 여러 부작용이 더 깊이 곪지 않도록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이와 같은 여러 총체적 사회 현상을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접근하기 전에 보다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문화,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 공동체 의식의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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