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 광주 지역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예상치 못한 기후위기에 따른 물부족 사태, 중앙공원 개발 과정에서의 잡음,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이 표출됐다. 또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세계가 인정하는 우수정책으로 꼽혔는가 하면 ‘꿀잼 도시’를 향한 복합쇼핑몰 사업 추진이 착착 진행됐다. 아울러 미래차 국가산단 유치와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으로 미래 성장 동력 기반을 확보하기도 했다. 남도일보는 광주시정과 관련된 10대 뉴스를 선정해 모아봤다.

1.전국 최초 ‘광주다움 통합돌봄’

광주다움 통합돌봄 선포식28일 광주광역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광주다움 통합돌봄 선포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 강은미 국회의원, 5개 구청장 등이 돌봄도시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다움 통합돌봄 선포식28일 광주광역시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광주다움 통합돌봄 선포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 강은미 국회의원, 5개 구청장 등이 돌봄도시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광주시는 지난 7일 중국 광저우시 월수컨벤션센터서 열린 제 6회 광저우 국제도시 혁신상 시상식에서 도시혁신상을 받았다. 광주시와 5개구청이 서로 협력해 전국 최초로 도입·운영중인 ‘광주다움 통합돌봄’ 복지정책 성과 때문이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빈틈없는 전 생애주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망이다. 기존 돌봄제도의 ‘선별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연령과 소득·재산 기준을 없애고, 시민 누구나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광주시는 수원 세모녀 사건 등에서 드러난 ‘신청주의’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단일 신청창구인 ‘돌봄콜’을 신설했다. 복지정보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는 시민들은 신청하지 않아도 선제적으로 ‘의무 방문’해 사각지대를 직접 발굴했다.

2. 제한급수 위기 속 수돗물 유출

가뭄에 귀한 식수가 도로에 ‘콸콸’12일 광주광역시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정수지 유출밸브의 고장으로 수돗물이 넘쳐 인근 도로로 흘러 넘치고 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가뭄에 귀한 식수가 도로에 ‘콸콸’12일 광주광역시 남구 행암동 덕남정수장에서 정수지 유출밸브의 고장으로 수돗물이 넘쳐 인근 도로로 흘러 넘치고 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

지난해부터 이어진 역대급 가뭄으로 제한급수 위기 상황에 놓여있던 광주 시민들은 ‘물 아껴쓰기’를 생활화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하지만 수돗물 유출사고로 허탈함을 맛보기도 했다. 호남의 젓줄인 동복호와 주암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무렵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수돗물 5만7천톤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려 3만8천세대에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광주시 감사를 통해 직원들은 밸브 부식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하지 않았고, 정밀안전점검 용역보고서는 3년전 보고서를 복제하거나 거짓으로 작성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인재에 의한 사고임이 밝혀졌다.

3.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사업 잡음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 부지.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 부지.

사업비만 무려 2조2천940억원에 달하는 광주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은 갈길을 잃은 채 표류중이다. 지분다툼 속에 한양 대 반 한양 대결속에 당초 시공사가 한양에서 롯데건설로 바뀌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한양측은 롯데측이 지분확보 과정에서 고의부도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를 상대로 고소(직무유기·직권남용)에도 나섰다.

하지만 대법원은 빛고을중앙공원개발(공동참가인 롯데건설)이 주식회사 한양을 상대로 제기한 ‘시공사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을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시공사 지위가 롯데에 있다는 판단이다.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한양측은 시와 별도로 시공사 지위 확인 소송(도급계약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4. 복합쇼핑몰 건립 추진 ‘착착’

복합쇼핑몰 더 현대가 들어설 전방·일신방직 공장 부지.
복합쇼핑몰 더 현대가 들어설 전방·일신방직 공장 부지.

소비도시란 꼬리표에도 정작 제대로 된 소비공간은 없던 광주에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나란히 초대형 복합 쇼핑몰을 출점할 계획을 세우면서 초미의 관심을 받았다. 광주신세계는 여러 논란속에 갈팡질팡하던 백화점 확장 사업 계획안을 기존 이마트 부지 신축 이전에서 터미널 금호유스퀘어문화관으로 변경하며 안정화 작업에 들어갔다. 3만명 규모 터미널 부지 전체를 매입하는 방안을 두고 신세계와 금호가 논의를 추진중이다. 어등산관광단지 유원지 부지 개발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인 신세계는 광주시와 22일 어등산관광단지 조성사업 협약을 체결한다. 전방·일신방직 터에 들어설 현대백화점의 더 현대 광주 사업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측은 최근 광주시에 건립 계획이 담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는 개발사업에 따른 5천899억원을 공공기여금 받게 됐다.

5. 광주 군공항 이전 추진

광주시-전남도, 민간·군 공항 이전 공동 발표문
광주시-전남도, 민간·군 공항 이전 공동 발표문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17일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소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2차 공항 회동’을 갖고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는데 잠정 합의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 시기(2025년)에 맞춰 이전한다는 구체적 날짜까지 제시했다. 무안군이 군공항 이전 반대 입장과 함께 수차례 요청에도 여지껏 대화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는 물리적 한계는 분명했지만 지난 4월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군공항 이전 문제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다만 협약서에 기재된 ‘의미있는 진전’이란 단서 문항은 여전히 불안감을 내포하고 있단 지적이다. 가장 중심에 있는 무안군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올 수 있는 뾰족한 묘수가 없는 상태서 합의문이 얼마나 효력이 있냐는 의문에서다.

무등산 정상부 상시개방 첫날, 몰려든 탐방객
무등산 정상부 상시개방 첫날, 몰려든 탐방객

6. 무등산 정상부 개방

지난 9월23일 광주의 지붕 역할을 하던 무등산국립공원 정상부인 인왕봉이 무려 57년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무등산 정상은 지난 1966년부터 공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지난 2011년 이후 해마다 한시적 개방은 해 왔지만 정상을 밟고 싶은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진 못했다. 현재 무등산 정상부 군부대 이전 작업을 광주시와 국방부, 국립공원공단이 함께 협의해 진행중이다. 군부대 이전이 마무리 될 경우 천왕봉, 지왕봉까지 완전 개방이란 목표가 달성될 전망이다.

다만 사람들이 발길이 끊기면서 보존된 생태계가 정상 개방으로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아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기 한다. 또 군 부대 주둔으로 발생한 정상부 복원 문제 역시 숙제로 떠올랐다.

미래차 국가산단 부지.
미래차 국가산단 부지.

7. 미래차 국가산단·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지역 미래 먹거리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할 산업단지, 그 중에서도 기술집약형 신경제 구축 사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 개발 및 부품 특화단지 유치는 올해 광주시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3월께 광시는 100만평 미래차 국가산단 신규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2009년 9월 빛그린국가산단 지정 이후 14년 만에 신규 국가산단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래차 국가산단은 빛그린국가산단 인근에 10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광주시는 이곳에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배터리 등 미래차산업을 집적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광주 미래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은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의 입지를 다지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래차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은 미래차 부품 개발부터 생산, 완성차 제조와 인증, 실증까지 전국서 유일하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는 기반으로 기대를 모은다.

광주기독병원 공공심야어린이병원.
광주기독병원 공공심야어린이병원.

8. 공공 의료 시스템의 엇갈린 ‘명암’

광주시립1·2 요양병원의 폐쇄 위기는 공공의료의 붕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쟁점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공공의료의 경영난을 지자체가 나서 직접해결 하느냐 여부다. 제2요양병원은 현재 운영기관을 찾지 못해 문 닫을 위기다. 전남대병원이 지난 10년간 운영해 왔지만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 뚜렷한 대안도 없다. 몇몇 계약자가 등장했지만 고용승계, 적자비용 보전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제 1요양병원(정신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기독병원 공공 심야 어린이 병원 개원(9월 1일)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겐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의료 취약시간대 소아청소년 의료공백을 해소하고 위기를 맞은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 남구의 정율성 거리.
광주 남구의 정율성 거리.

9. 정율성 기념사업 이념 논란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인 ‘정율성 논란’으로 홍역을 겪기도 했다. 광주시가 추진중인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당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이념적 잣대로 들이된 게 발단이었다. 박 장관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대한민국 전몰군경유족회·미망인회 등 보수단체들은 광주시청 앞에서 수차례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행진곡’과 북한군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만들어 6·25 때 중공군과 북한군의 대한민국 침략에 공헌했다”는 주장이었다.

정율성 논란은 기존 광주시 남구와 전남 화순군에 진행된 기념사업에도 불똥이 튀면서 국정감사 대상이 되는 등 국회까지 번졌다. 광주시는 정율성 논란에 대해 역대 정부가 한-중 우호차원에서 국비를 들여 기념사업을 지원한 점과 지역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자발적으로 추진된 사업, 항일운동 음악가로서 평가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이념 잣대를 거부했다.

광주 쓰레기소각장 건립 토론회.
광주 쓰레기소각장 건립 토론회.

10. 쓰레기소각장 유치 경쟁 치열

광주시는 대표적인 님비시설인 쓰레기소각장 건립을 추진하면서 시민과 적극적인 대화화 소통을 통해 6곳에서 유치 신청을 할 만큼 유치 시설로 전환시켜 전국적인 본보기가 됐다. 비록 6곳 모두 주민동의서를 충족하지 못해 재공고에 나섰지만 쓰레기 소각장 유치에 다수 희망자(지역)가 나선 건 큰 화제가 됐다. 광주시가 적극 행정으로 ‘쓰레기 소각장은 더 이상 기피시설이 아닌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기대시설’이라는 점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킨 게 주효했다. 광주시는 2029년까지 친환경·주민편의시설을 갖춘 쓰레기소각장을 랜드마크형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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