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이대감은 곧 쓰러질 듯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며 울부짖는 창백한 표정의 부인을 부축해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가 앉히더니 그 앞에 앉아 지난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대감이 어느 고을의 사또로 있을 때, 고을의 살림살이를 전담(專擔)하고 있는 아전이 서류를 조작하여 백성들에게 과도(過度)한 세금(稅金)을 부과(賦課)하고 또 그것을 몰래 제집으로 빼돌리는 것이었다. 그 아전이 마을로 나가 백성들이라도 만나면 온갖 음식과 술대접을 받아먹고 또 각종 농산물을 비롯해 과일 등 선물까지 두둑이 챙겨 오는 것이었다.

이대감은 그것을 눈치채 알고 그 아전을 불러들였다.

“이놈! 어찌하여 백성의 피 같은 세금을 서류 조작하여 받아들여 네 집으로 빼돌리는 것이냐?”

“아! 아이구! 사또 나리! 소인 그런 적이 전혀 없습니다요!”

아전이 조그만 뱁새 눈을 뜨고 고개를 굽신굽신 눈방울을 굴리며 말했다.

“허어! 이놈! 여기 이렇게 증거가 분명하거늘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이대감이 목소리를 높혀 말했다.

“아! 아! 아이구! 사! 사또 나리! 그것은 제가 잘못 알고 그그, 그러한 것이옵니다!”

아전이 새까만 메기수염을 흔들거리며 말했다.

“으음! 그리고 또 백성들이 사는 마을에 가서 술과 음식 대접을 받고 까닭 없는 물건을 받아들고 오면 되느냐?”

“아아! 그그, 그것은 다른 일로 갔다가 마을 사람들이 붙잡아 놓고 술대접을 한다고 하니 차마 인정상 거절하지를 못했고 또 사소하게 무나 상추나 배추 같은 풋것을 조금 담아 주기에 그냥 가져온 것입니다”

아전이 고개를 수그리고 허리를 비비 꼬며 말했다.

“허흠! 네놈이 곡식이며 과일을 이것저것 담아달라고 하지 않았더냐?”

이대감이 아전을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아아! 아니옵니다! 사또 나리! 아아! 아이구!.......”

아전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바닥에 납작 엎드려 말했다.

“으음! 좋다! 지나간 일은 내 용서한다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시에는 크게 경을 칠 것이다! 깊이 명심(銘心)하여라!”

이대감은 아전을 당장 주리를 틀어 본보기로 일벌백계(一罰百戒)하는 것보다도 이번에는 큰마음으로 용서(容恕)하고 다시 재발(再發)하지 않도록 엄중경고(嚴重警告) 하는 것으로만 그치기로 하였던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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