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현(광주광역시 교통안전시설팀장)

 

윤동현 광주광역시 교통안전시설팀장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가고 싶어하는 도시들은 차량정체로 인한 소음과 매연이 가득찬 도시가 아니라 활기찬 상점과 공원, 쾌적한 보행 네트워크와 의미있는 장소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도시다.

많은 도시들이 보행환경을 개선하면서 보행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도시공간, 의미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보행정책은 교통정책이기 보다는 우리가 사는 곳을 어떻게 가꾸어갈 것 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시는 이미 1964년에 3.2㎞에 이르는 자동차 없는 보행자 전용도로를 도심에 만들었는데, 단순히 보행자의 안전과 이동의 편의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보행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이고 체계적인 시설공사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도시안팎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우선 살펴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매일 길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도시의 주인이며, 이들의 마음을 찬찬히 보살피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이 바로 걷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로에서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들이 이뤄져 왔지만,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배려가 없었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목적지에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고자 하는 유사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걸어가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목적과 여건을 가지고 있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 물론 출근길의 직장인들은 목적지로 달려가기 바쁘지만, 그들 또한 점심시간의 여유를 위해서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대화를 하면서 천천히 걷고자 하고, 퇴근할때면 피곤한 몸으로 스마트폰만 보며 힘겹게 발을 옮길 것이다.

이 모든 모습 중 그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의도와 여건으로 빚어진 길위의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이 그만큼 다양각색하다는 것이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정규화되고 흐름으로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각자의 다양한 사정과 한계를 가지고 가로공간을 부유하거나 점유하는 주체라는 점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우리 시의 보행환경 개선 정책도 개별적인 지점의 시설물 미관보다는 보행자 중심의 연속적이며 일상적인 거리 체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한 지점 또는 거리 일부의 물리적인 설계나 공사로 인한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걷기 좋은 길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걷기 편한 공간을 확보하고, 보행하는 사람들이 ‘배려’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보행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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