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인건비 상승 등 비용 리스크 지속
건정연, 건축허가·착공 등 선행지표 부진
건설경기 부진은 2025년까지 이어 질 듯
올해 공공공사 ‘양호’…민간공사 ‘부진’
민간아파트 분양 계획 26만5천439가구
최근 5년 연평균 25% 줄어든 물량
분양 침체로 커지는 PF발 유동성 위기

 

2024년 지역별·유형별 민간 아파트 분양계획 물량. /부동산R114 제공

지난해말부터 본격 조정 국면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은 새해에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와 고금리 기조속에 대출 금리 부담이 부동산 시장을 계속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부동산 매수 심리를 되살릴 만한 호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 속에 부동산 PF 불안, 높은 공사비 등 단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요인들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새해 부동산 시장을 전망한다.

◇건설경기 하락 전망 우세
최근 건설산업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11년 처럼 분류상 가장 ‘나쁜’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관련 모든 지표가 악화되면서 건설경기 부진은 2025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최근 발간한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연도별 건설경기를 ‘과열-호조-중립-경계-부진-심각’ 6개 단계로 분류했다. 건설 수주, 착공, 미분양 등 7개 지표 중 6개 이상이 악화되면 가장 나쁜 ‘심각’ 단계라고 표시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를 겪은 건설경기는 2011년 최저점인 ‘심각’ 단계까지 떨어졌다. 최근의 건설경기는 2022년부터 ‘부진’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심각’신호가 발생했다. 건축허가, 착공 등 선행지표 부진, 누적된 공사비 부담, 금융 여건 악화 등을 고려하면 2025년까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경기는 수주 부문에서 공공과 민간 모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건설 수주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주액은 작년 1월부터 8월까지 전년동기에 비해 무려 24.5% 감소한 114조원에 그쳤다.

건산연은 새해에도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민간 공사 발주 여건 악화와 올 상반기까지 예상되는 고금리 상황속에서 국내 건설경기 반등은 어렵다고 분석한다. 건산연은 올해 공공공사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겠으나 민간공사는 부진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민간기업들은 재무 안정성 강화, 공공공사 수주 역량 강화 등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도 지난해 부진을 보인 건설경기가 올해 회복세에 접어들기는 어렵다고 예상하고 있다. 건정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건설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건설수주(-26%), 건축허가(-25.9%), 착공(-40.4%) 등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분양 물량도 지난 2022년 이후 계속 감소하면서 시차 효과 탓에 올해 건설경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건정연의 분석이다.

◇ 주택시장도 부진 이어질 듯
올해 주택시장은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상승세로 한때 반등했던 주택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고 낙폭도 커지는 등 조정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상승세로 전환됐던 전국 아파트 가격은 5개월여 만인 11월 넷째 주에 하향세로 돌아섰다. 이런 하락세는 지난해 12월 둘째 주까지 4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주택시장 조정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수요도 줄고 있다. 주택 시장의 본격적인 조정세는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에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올해도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와함께 지난해 부동산 가격 회복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올해 1월 종료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건산연이 최근 개최한 ‘202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대출 경직성 강화, 고금리 강화 우려 등을 이유로 올해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올해보다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지난해 12월 22일 ‘2024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올해에도 주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연간 1.5%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매매 수요가 전세로 넘어가면서 전세가격은 올해에도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우건설 2024년 시무식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최근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입사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우건설 제공

◇올해 26만5천가구 분양 예정
2024년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 계획 물량이 최근 5년 평균에 비해 75% 수준인 26만5천여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광주지역은 최근 10년 사이 최대 물량이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전국 민간 아파트(민간임대 포함) 분양 계획 물량’에 따르면 2024년 민간아파트 분양 예정물량은 26만5천43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계획물량(25만8천3가구)보다 3% 늘었지만 2019년부터 5년간 연평균 분양계획(35만5천524가구)보다 25% 가량 감소한 규모다. 분양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8만6천684가구도 포함돼 있어 실제 분양되는 물량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역별 분양 계획은 수도권이 14만1천100가구, 지방이 12만4천339가구로 나타났다.

올해 광주는 2만161가구가 분양 계획이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물량이다. 전남은 4천284가구가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지난해 광주는 1만2천937가구가 분양 계획으로 잡혔으나 실적은 8천649가구(실행률 67%)에 그쳤다. 전남은 4천17가구가 분양 계획이었지만 실적은 5천463가구(실행률 136%)에 달했다.

광주에서 작년 분양에 나서지 않은 4천288가구가 올해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올해에도 시장 여건 및 정책에 따른 분양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계획 대비 실행률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총선과 정책 이행력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입지 여건과 분양가격에 따라 청약 온도차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PF 폭탄 터지나…업계 위기감 고조
부동산 시장 조정은 분양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는 부동산 PF발 유동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PF가 크게 늘면서 대출 규모도 급증했다. 시장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이른바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실제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던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2021년 말 112조9천억원, 2022년 말 130조3천억원, 2023년 9월 말 134조3천억원 등으로 크게 늘었다.

연체율은 2020년 말 0.55%에서 2021년 0.37%로 낮아졌으나 2022년 말 1.19%, 작년 6월 말 2.17%, 과 9월 말 2.42%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PF 사업 추진이 불발되면 건설사들의 우발채무가 된다는 점이다. 사업성을 담보로 하는 시행사의 PF에 대해서는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연대 보증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

올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동산 PF 위기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건설업계는 물론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파가 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는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만기도래 시 부실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게 된다”며 “실물 침체 및 구매력 약화, 매수 심리 약화 등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yskim@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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