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남도

전국 어느 숲에서도 흔하게 보이는 나무가 생강나무다.

녹나무과 생강나무속의 생강나무는 참나무 숲이나 소나무 숲 등 특별히 가리는 곳 없이 우리나라 산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데, 이른 봄 잎보다 노랗고 둥근 꽃망울을 터트려 봄을 알린다고 해 ‘봄의 전령사’라고 불린다.

생강나무는 꽃이 피는 시기와 꽃의 색깔이 산수유와 비슷하기 때문에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산수유는 꽃잎이 4장이고 줄기가 벗겨져 지저분해 보이는 반면 생강나무는 꽃잎이 5장이며 줄기가 깨끗하다. 또한 생강나무는 암그루와 수그루가 따로 있어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수유는 암수한그루로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볼 수 있다.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잘라서 냄새를 맡으면 생강 냄새가 나 생강나무라 이름 붙여진 나무다.

흔하게 보이는 나무인만큼 생강나무를 먹고 사는 애벌레도 많다. 단식성으로는 녹색집명나방, 넓은띠큰가지나방, 큰노랑애기가지나방 애벌레가 있고, 협식성으로 갈고리가지나방, 광식성으로 번개무늬잎말이나방 애벌레 등이 있다. 이번에는 그 중에서 녹색집명나방을 소개하려 한다. 녹색집명나방은 명나방과(Pyralidae) 집명나방아과(Epipaschiinae)에 속하는 나방으로 어른벌레는 낮이나 해 질 녘에 활동하는 종도 있으나 대부분 밤에 활동하며 등불에 자주 날아오고 대량 발생하는 종이 많다.

2018년 8월 21일, 지리산 뱀사골에서 녹색집명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생강나무에 실로 잎을 엮어 큰 텐트 같은 것을 만들고 똥과 뒤섞여 여러 마리가 섞여 산다. 재미 있는 것은 각각은 통로처럼 생긴 자기의 집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본 녀석은 온통 실로 뒤덮혀 있어 통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촘촘히 덮힌 실타래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2021년 8월 14일, 곡성 곤방산에서 다시 녀석을 만났다.

같은 녹나무과의 비목나무잎을 단단히 말고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통로처럼 생긴 집이 보인다. 몸을 움츠리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갈색의 몸통에 검게 보이는 줄무늬가 양쪽으로 뻗어 있고, 머리까지 이어 지는 것 같다. 다시 먹이를 먹으려는 듯 나오더니 이내 인기척을 느끼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녀석에게 미안하지만 집 구경을 잠깐 해 봤다. 여기 저기 지저분하게 배설물을 붙여 놓았다. 천적을 피하기 위함이라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붙인 잎 속의 방은 튼튼하게 잘 지었다.

2022년 9월 20일, 보성 칼바위에서 만난 녹색집명나방 애벌레는 아예 필자의 손가락에 붙어 있다. 생강나무잎이 단단히 말려 있어 열어 봤는데 쉽지가 않았다. 그 사이에 탈출하여 손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증명사진을 찍은 후 다시 잎에 놓아주니 잽싸게 몸을 숨긴다. 복구할려면 한참 걸릴 듯 하다. 부디 잘 자라서 번데기가 되어 멋진 나방으로 우화하기를 빌어본다. 유충시기는 8~9월이며 길이는 20~25㎜정도. 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는데 보통은 이듬해 5월에 우화하는데 당해 11월에 우화하기도 한다.

녹색집명나방은 암수의 색상이 다르다.

수컷은 갈색바탕에 검은 무늬가 듬성 듬성 있으며 녹색은 희미한데 암컷은 녹색이 훨씬 뚜렷하고 넓게 퍼져 있다. 녹색집명나방은 직접 관찰하지 못해 부득히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여 사진을 받았다. 항상 도움을 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까지 발간한 3권의 도감, 그리고 추가로 관찰한 나방들을 더해 통합본을 준비하시고 계시는데 언제쯤 출간될지 기다려진다.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기에…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