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남도일보 정치부장·국장대우)

 

김명식 남도일보 정치부장·국장대우
김명식 남도일보 정치부장·국장대우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 선언과 함께 ‘원칙과 상식’ 의원들과 신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 탈당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개로 갈린다. 하나는 민주당을 배신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의 심장부인 광주·전남을 기반 삼아 5선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집권당 대표까지 해놓고는 자신을 길러준 집을 뛰쳐나왔다고 비판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 정치권과 우리 정치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일당 및 양당 독점 체제의 정치권에 경쟁 구도를 형성, 새로운 생동감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광주·전남과 호남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는 계기로 이어졌으면 한다.

전자의 목소리가 커지면 이 전 총리의 도전은 ‘저급한 욕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후자의 지지가 많으면 그의 정치 인생은 물론 우리 정치 역시 변곡점을 맞는다.

민심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신당들도 마찬가지다. 총선일이 가까워지면서 이준석 신당으로 불리는 (가칭)개혁신당과 양향자 의원이 이끄는 한국의희망,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 등이 속속 실체를 드러낸 상황이다. 이 신당들은 제3지대 빅텐트 이름으로 연대를 모색 중이다. 통합을 염두에 둔 대화도 오간다.

정치권에선 한 지붕 연대 가능성을 높게 본다. 독자적으로 전국 정당을 꾸릴 수 있는 인물과 지지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양당 구조를 깨트려 대안이 되겠다는 지향점도 같다.

문제는 성공 여부다. 신당의 계절이라 불릴 만큼 매번 총선을 앞두고는 신당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름깨나 있는 정치인들이 정치 현실을 바꾸겠다며 여기저기서 세력을 모았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면 단일화 등의 명목으로 거대 정당에 흡수되는 게 정해진 수순처럼 반복됐다. 뫼비우스의 띠였다. 신당이 성공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새 정치 실험’이 대표적이다. 안 의원은 제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이끌고 38석의 의석을 차지했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 26.8%로 민주당 25.5%를 앞섰다. 광주 8개 지역구를 석권하면서 광주·전남 지역구 18곳 중 15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이런 성공에도 국민의당은 21대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합당하며 소멸됐다.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태동한 2018년의 민평당(민주평화당)과 2020년의 민생당은 초라함 그 자체였다.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창당 당시 DJ(김대중) 정신 계승을 깃발로 내세웠지만 흐지부지 사라졌다.

반복된 실패에도 ‘제3지대’ 신당이 어김없이 등장한 건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실제 현재 양대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 층 유권자들은 많게는 30% 안팎으로 조사됐다.

한국리서치 등이 지난달 18~20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 층이 32%(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p)로 집계됐다. 국민의힘(30%), 민주당(29%) 지지율보다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당의 생명력이 짧은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들이 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권에 실망하면서도 신당에는 맘을 주지 않은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에선 식당을 예로 들곤 한다.

식당이 한 곳 또는 두 곳만 있는 마을이 있다. 주민들은 음식이 맛이 있든 없든 이 식당들만 찾아야 했다. 다른 식당이 있었으면 했다. 이 마음을 읽은 사람이 제2, 제3의 식당을 만들었다. 그런데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았다. 기대와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됐다. 음식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단순히 새로운 식당보다는 기존 식당보다 맛과 서비스가 좋은 식당을 원했던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식당 주인은 기존 식당에서 일했던 사람이었다. 결국 이 식당은 몇 발짝 못가고 문을 닫아야 했다.

신당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라 본다. 새로운 정당의 간판이 아닌 기존 정치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이끌고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당 독점의 지역정치 지형을 바꾸고, 양당 체제의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는 목소리만으론 지역민과 국민의 입맛을 맞출 수 없다. 지금 보이는 신당들을 4년 뒤에도 다시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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