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재발방지 마련 등 권고
"개판이다", "형편 없다" 막말 기본
연구 성과 깎아내리고, 인격 모독도
직장갑질 대책위 "조직문화 바껴야"

 

광주지역 직장갑질아웃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과학기술원(GIST)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IST 산하 연구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A연구원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결정사항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광주과학기술원(이하 GIST) 산하 연구소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괴롭힘 사례를 대부분 인정하고 GIST에 인권교육 실시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관련 시민단체는 이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GIST 내 조직문화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7일 GIST 등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GIST 산하 연구소 소속 A연구원이 주장한 연구소 내 부당처우·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 A연구원의 피해사실을 인정하고, GIST에 연구소장 B씨에 대한 적절한 인사조치와 함께 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실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A연구원은 지난 2022년 4월께 사전 상의 없이 연구소장 B씨로부터 자신이 연구책임을 맡고 있던 연구과제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를 받았다. 더욱이 연구소 구성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B씨는 "과제 수행을 얼렁뚱땅한다", "과제 내용이 개판이다" 등 A씨에게 막말을 했다.

A씨와 같은 연구소에서 일하던 다른 연구원들의 괴롭힘은 더 심각했다.

이중 동료 연구원 C씨는 관계기관 책임자들이 모인 기관 간담회에 연구소장 대리로 참석해, A연구원의 연구능력과 연구성과를 "형편없는 수준이며, 전혀 쓸 수 없는 결과물"이라고 깎아내렸다.

또 C씨를 포함한 동료 연구원 3명은 지난해 9월과 10월 B씨에게 메일을 보내 A연구원의 연구능력 등을 평가절하했다. 이들은 메일에서 ‘연구능력 부족’, ‘독단적 업무수행’, ‘연구비 유용 의심’ 등을 언급하며 A연구원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반면, A연구원은 당시 해당 연구소 내 유일한 박사학위 소지자로 지난 2020년과 2021년 같은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2년 연속 인사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또 이에 앞서 수행하던 연구과제에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특허출원을 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GIST 내 직장 내 괴롭힘 사례에 대해 광주지역 직장갑질아웃 대책위원회는 GIST의 이른바 ‘주인 없는 조직문화’를 꼬집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스크럼을 짜고 한 연구원을 집단 따돌림했던 다른 연구원들은 지난해 6월 모두 팀장급으로 승진했으며, 피해자는 팀원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병가 끝에 지난 1월부터 복귀해 현재 가해자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공간분리를 해줄 것을 GIST 측에 요청했으며, 공황장애 약을 먹으면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GIST의 주인 없는 조직문화다. 박사급 전문연구원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하다 보니 연구소 자체에 주인이 없다"면서 "대부분 연구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리고, 말을 잘 듣는 연구원들만 남아 기관에 충성하면 큰 문제 없이 지내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같은 조직문화 때문에 연구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GIST가 10년간 500억 원을 쓰고도 큰 성과 없는 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며 "A연구원의 피해 사례를 계기로 GIST의 조직문화가 바뀌고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연구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이 근절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광주지역 직장갑질아웃 대책위원회는 이날 GIST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권익위 권고 사항에 대한 GIST의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주문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