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조대감은 고개를 들어 윤처사를 바라보았다. 말을 마친 윤처사가 잠시 후 조대감을 바라보며 말했다

“범을 잡으려거든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범이라! 범을 잡으려거든 산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너무도 평범한 질문에 조대감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고래를 잡으려거든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

“허허! 그야 바다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조대감이 싱겁다는 듯 말했다.

“그렇지! 조대감이 나를 찾아와 아이 교육을 부탁한다는 것은 번지수가 틀린 것이라네! 나야 본시 가진 재주도 없고, 세상에 출사(出仕)할 큰 뜻을 일찍이 가진 바가 전혀 없는 데다가 그런 경쟁(競爭)이 치열(熾烈)한 세상에서 살아본 경험이 하나도 없으니, 이런 혼탁한 세상을 잘 헤쳐 살아갈 능력(能力)이 출중(出衆)한 아이로 교육(敎育)해낼 재간(才幹)이라고는 아무것도 갖춘 것이 없는 사람이라네! 그 점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라네!”

윤처사가 조용히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조대감은 저 윤처사가 어찌 이 속마음을 잘 간파해 보고 부탁도 하지 못하게 미리 알고 입을 막아버리는가 싶어 놀라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예서 그만둘 조대감이 아니었다.

“일대에서 학문(學問)과 지조(志操)가 뛰어나기로 윤처사의 집안이 으뜸이라고 하지 않은가! 더구나 윤처사는 줄곧 어디 눈 팔지 않고 오롯이 한문만 열중해 오지 않았는가! 누구와 그대를 비길 수 있단 말인가? 너무 겸양(謙讓)의 말씀 하지 마시게나!”

조대감이 말했다.

“으음! 조대감께서 내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셨구만! 험조간난(險阻艱難)의 이 세상은 살아가노라고 한다면, 나 같은 뒷방 산중서생(山中書生)에게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 이 말일세! 내가 왜 조금 전 공자 말씀을 했는 줄 그 뜻을 조대감은 전혀 모르는구만! 때에 따라서는 유학적이상(儒學的理想)으로 삼는 인의(仁義)도 애민(愛民)도 통 크게 팔아먹을 줄 아는 기술을 익혀야만 자신을 보존(保存), 득세(得勢)할 수 있다 이 말일세! 허물어진 창고 구석에나 깃들어 사는 거미 같은 고리타분한 나로서는, 과거급제(科擧及第)시키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고도의 기술을 가르칠 능력이 전혀 없다네! 아이의 장래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세간에 높이 출세(出世)한 훌륭한 스승을 다시 찾아보시게나! 조대감! 내 진심으로 말씀드리네만, 다시는 그 일로 찾아오지 마시게!”

윤처사가 딱 잘라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돌아서 가려는 윤처사에게 조대감이 급히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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