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윤(엔드웰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서상윤 엔드웰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얼마 전 정치권에서 65세 이상에게 제공되는 지하철 무상이용 혜택을 폐지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됐다. 사실 기존의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이용 혜택에도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같은 대중교통이면서도 버스에 대해서는 혜택이 없는데 지하철에 대한 혜택은 무제한인 점에서 실효성의 문제가 있고, 정확히 같은 이유로 지하철이 미비한 지역의 노인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형평성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65세 이상이라는 기준도 수십 년 전에 정해진 것이라서, 노령인구 비중이 급속도로 치솟는 고령화시대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좀더 실질적인 노인복지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번에 발생한 논란은 노인 복지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돌아보게 한다. 산업혁명 이후 150여년의 세월 동안 인류의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지만 노화만큼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노화로 인해 신체가 불편해지고 체력이 저하된 노인들은 일상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웰에이징’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특히 IT기술이 노인의 삶에 더 깊이 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75세를 기점으로 신체 및 정신 활동 능력이 급격하게 저하되어 돌봄이 필요한 상태로 도달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모바일 음식 주문 및 배달서비스, 모바일 가사대행 서비스, 대화서비스 등을 통해 노인들의 삶의 편의를 높이는 다양한 IT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사실 인구절벽 시대에 근로인력 누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노인들의 돌봄에 IT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안 그래도 숫자가 많지 않은 청년세대가 노인돌봄의 노동에 다수 동원된다면 국가적인 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여러 IT스타트업이 실버산업을 대상으로 요양보호사 매칭, 치매 예방 진단, 인지장애 치료, 어르신 말동무, 병원 동행 및 효도대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기존 실버산업은 노인 복지와 요양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최근에는 AI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까지 해결할 수 있는 AI실버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필자 역시 2014년에 설립한 엔드웰법률사무소를 통해 IT기술을 활용한 노년층 지원사업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의 여러 소송사건의 조정중재인을 해당 사건이 관련된 업종을 경험한 노년층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방안, 지역의 치안보안관들도 경찰 업종 등을 경험한 노년층을 우선 배정하는 방안 등을 고민했고 이를 IT기술로 매칭해 노년층의 일자리를 제공해 세대간 불평등 해소를 하는 방안을 개발해왔다. 상대적으로 젊고 기력이 있는 노년층이 더 늙고 기력이 없는 노년층을 돌보도록 매칭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노령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대에, 노년층이 자립적 경제활동을 하거나 서로 돌보는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은 청년세대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제 노인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대한민국에서도 IT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노인복지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AI와 접목된 IT기술은 노년층의 생활을 혁신하고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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