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훈(남도일보 정치부 부장대우)

 

노정훈 남도일보 정치부 부장대우

“광주·전남은 정치적 볼모 상태다. 오는 4월 총선도 시·도민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선택지는 하나 일 수 밖에 없다. 슬픈 현실이다.” 광주지역 대학 한 정치학과 교수가 술 한잔 기울이며 토해낸 말이다. 4·10 제22대 총선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투표를 해야만 하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수십년간 대안 세력의 부재 속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던 광주·전남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 이후 8년만에 양당 기득권 정치를 혁파하겠다며 제3지대 신당이 출현했다. 5개 정당이 신당을 창당하고 연대와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세력 결집이 이뤄진다면 표심의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실낱 같은 가능성이지만, 희망을 숨기고 싶지 않다.

허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총선까지 70여일 남은 상황에서 제3지대 신당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우선 양당 기득권 진영주의 극복을 내건 정치인들이 제3지대로 결집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들을 대안 세력으로 인정하고 투표장으로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 쉽지 않은 어려운 숙제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제3지대가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3김 시대에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15대 총선 50석)과 안철수(20대 총선 38석)가 이끈 국민의당 정도가 원내 교섭단체 의석을 확보했을 뿐이다. 두 정당은 계파 갈등 등을 겪다 다당제로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양당 기득권 정치 틈 바구니에서 다당제를 외쳤던 통합진보당이 19대 총선에서 13석을 얻은 것이 최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제3지대가 거론되는 이유가 있다. 양당 정치의 폐해가 임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부른다. 이대로라면 오는 총선도 그에 못지않은 비호감 선거가 될 게 자명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투표장으로 가는 유권자의 발걸음이 가벼워야 한다. 유권자의 선택지가 넓어야 한다. 당부하고자 한다. 제3지대 신당들은 연대와 통합 과정에서 자칫 지분 싸움 등으로 번질 경우 국민의 기대감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사분오열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성공의 열쇠를 찾길 바란다. 제3지대 성공을 바라는 것이 사치가 아닌 가치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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