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어어! 어어흠!……머 먼저 드시지 않고?……”

조대감은 할 말이 없어 그냥 밥상 앞에 앉으며 머쓱하니 말했다.

밥상 앞에 앉아 수저를 드는 조대감을 보고 윤처사가 말했다.

“먼길 오시느라 많이 시장하셨을 것이야! 어서 드시게!”

조대감은 윤처사와 마주 앉아 수저를 들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밥을 수저로 한술 떠서 입에 넣고 된장국을 떠서 먹으니 구수한 내음이 입안 가득 풍겼다.

“아! 구수한 된장국이 참으로 천하일품(天下一品)이네!”

조대감이 말했다.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라고 했던가! 자! 술도 한잔 들세!”

윤처사가 술이 담긴 새하얀 도자기 병을 들고 조대감 앞으로 내밀었다. 조대감은 얼른 술잔을 받쳐 들었다.

“나이 먹어갈수록 독한 독주(毒酒)가 더 좋으이!”

윤처사가 말을 하며 조대감의 잔에 술을 부어 채워주었다.

“그래! 술 내음이 코끝에 쏴! 하니 톡! 쏘는구만! 윤처사도 한 잔 해야지!”

조대감이 술병을 받아 들고 윤처사의 잔을 채워주었다.

둘은 독한 소주(燒酒)를 반주(飯酒)로 서너 잔이나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을 마셨다. 독한 술을 마시니 금세 기분이 좋아진 조대감은 또 윤처사의 눈치를 살피며 아들 옥동을 맡길 생각에 다시 골몰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한사코 마다하는 윤처사에게 무작정 그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윤처사가 소주 한잔을 비우고 나더니 조대감을 보고 말했다.

“허흠! 조대감은 지금도 강태공(姜太公)이 위수(渭水) 강가에서 빈 낚시를 드리우고 낚시를 하면서 주나라 문왕(文王)을 낚으려 했다고 생각하시는가?”

뜬금없는 질문에 조대감은 또 윤처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싶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난세(亂世)를 만나 주왕의 폭정(暴政)에 시달리면서 위수에서 매일 낚시를 했던 강태공은 커다란 물고기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 실은 새로운 세상을 열 위대한 인물 주 문왕을 기다렸던 것이 아닌가?”

“맞는 말씀이네! 강태공이 그때 주 문왕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땠을 것인가를 조대감은 생각해 보았는가?”

윤처사가 말했다. 조대감은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정말 강태공은 그 당시 주 문왕을 위수 강가에서 만날 것을 미리 알고 빈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던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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