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몬순으로 열린 세계’展
네덜란드서 수증받은 유물 중
‘누산타라 컬렉션’ 400여 점
전통 음악·의상 등 체험도

 

전시 ‘몬순으로 열린 세계’ 전경

과거 항해술이 발달하기 전 계절풍 ‘몬순(monsoon)’의 특성을 이용해 바닷길에 올랐던 아라비아 상인들의 발자취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로 지난 29일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를 개막했다.

‘몬순으로 열린 세계’는 새롭게 개편된 ACC 아시아문화박물관 상설전시실1에서 펼쳐지는 첫 상설전시다.

전시 제목인 ‘몬순’은 거대한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된 대륙풍과 인도양 해풍간의 온도 차가 만들어내는 계절풍을 말한다.

이에 전시는 몬순을 따라 전개된 동남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에서의 교역과 문화교류, 항구도시를 오간 이들이 만들어낸 고유한 문화 쁘라나칸(Peranakan)과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지난 2017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네덜란드 델프트헤리티지와의 협약을 통해 수증받은 ‘누산타라 컬렉션’ 중 400여 점의 아시아 유물을 만나볼 수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끄뼁 데위 스리(동전 조각상)

‘누산타라 컬렉션’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43개국, 7천여 점의 생활용품과 예술품 등 다양한 문화자료로 구성됐다.

‘누산타라’는 ‘많은 섬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옛 자와어로, 인도네시아 제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종족의 다채로운 문화를 일컫는다. 이 가운데 누산타라의 와양과 크리스 등의 자료들은 독창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전시장은 항해길에 오른 아리비아 상인들이 바라봤을 법한 망망대해를 연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쁘라나칸 혼수용 장식장과 과일 모양의 용기

화려한 그림과 조각부터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금속공예품, 열대의 문향을 품은 옷과 직물공예, 자연에서 채득한 라탄으로 만든 목공예 까지 푸른 바닷빛 조명 아래 해상 실크로드를 형성했던 동남아시아 항구도시들을 배경으로 그곳에 정착해 살아가던 사람들과 신화, 신앙, 집과 옷, 이색적인 일상용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와 함께 다양한 체험도 곁들여진다.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통해 선보이는 그림자극과 가면극을 비롯해 ▲라마왕자의 성장과 모험을 가상현실(VR)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라마야나 이야기’ ▲인도네시아 전통 음악인 ‘가믈란’을 연주해 볼 수 있는 ‘디지털로 즐기는 가믈란 연주’ ▲인도네시아 전통복식인 바틱과 이캇으로 만든 의류를 만져 볼 수 있는 ‘손끝으로 만나는 바틱과 이캇’ 등 다양한 체험부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동남아시아는 관광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지만, 정작 역사나 문화적 측면에선 여전히 낯선 곳”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아시아문화 다양성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향으로 만든 쁘라후 모형

한편, ACC 아시아문화박물관은 지난 2017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된 곳이다. 2022년 통합 전당 출범 후 이번 상설전시실 개편을 시작으로 박물관 정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ACC는 이번 전시를 향후 남아시아실로 확대할 예정이며, 다음 주제인 ‘스텝(초원) 바람’을 배경으로 하는 중앙아시아실도 준비 중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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