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니면 막연하게 혼탁(混濁)한 세상에는 이름 없이 가난하게 살다가 죽을지언정, 절대로 출사(出仕)해서는 안 된다는 선비의 곧은 신념(信念)을 지키고 살면서 무작정 무정세월(無定歲月)을 낚고 있었던 것일까? 그 만남은 과연 우연(偶然)이었을까? 필연(必然)이었을까?

“그야 알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조대감이 말했다.

“물론 알 수야 없겠지. 그러나 강태공처럼 그렇게 강호(江湖)에 뜻을 지키고 이름 없이 숨어 사는 선비가 사실은 부지기수(不知其數)로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일세. 강태공이 주 문왕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도 또한 가슴에 뜻을 간직 한 채로 소리 없이 홀로 죽어가는 존재에 불과했겠지. 그것을 알고도 강태공은 매일 위수에 나가 빈 낚시를 하염없이 드리울 줄 알았으니 그 정도 되어야 선비라고 할만하고 또 하늘도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이 아니었겠는가?”

윤처사가 말했다.

“으음! 결국은 가슴에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뜻을 지닌 선비는 먹고사는 것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견디며 그 성공여부(成功與否)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갈 길을 간다는 말씀이신가?”

조대감이 말했다.

“그렇다네! 강태공의 아내가 강태공이 먹고사는 문제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마당에 널어놓은 곡식이 비에 쓸려가도 모르는 사내라는 것을 알고는 결국 그를 버리고 떠나가 버렸지 않은가!”

윤처사가 술잔을 들고 조대감에게 같이 한잔 들자고 권하면서 말했다.

“으음! 그러도록 백성들이 살만한 미래 세상을 고민하며 암울한 난세를 해결할 일에만 골몰하였으니 그 정도 되어야 결국 곧은 선비라고 할만하지 않은가 그 말씀이신가?”

조대감이 말을 하면서 술잔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그렇지! 강태공이 주 문왕을 만났을 때 주 문왕이 ‘어떻게 하면 천하를 평정(平定)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강태공이 ‘왕자(王者)의 나라는 일반 백성들이 부유합니다. 패자(覇者)의 나라는 관리들만 부유합니다. 겨우 존재하는 나라는 사대부만 부유합니다. 무도한 나라는 국고만 부유합니다. 자고로 위가 새면 아래도 새는 법입니다(王者之國,使人民富裕. 覇者之國,使士人富裕. 僅存之國,使大夫富裕. 無道之國,國庫富裕. 這叫做上溢而下漏) 라고 답하였다고 하지 않은가! 조대감! 그렇다면 지금의 이 나라는 과연 어떠한 나라라고 생각하시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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