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허허! 사냥꾼 일서의 꿩 사냥이 입신을 넘어 화타경지(華他境地)라!……”

조대감이 탄성을 지르며 입을 닫지 못하고 말했다.

“숨을 고른 일서가 활과 화살을 시위에 들고는 찰나에 돌아서서 꿩을 발견해 가차 없이 화살을 날리는 것이었는데, 단 한 개 가지고 간 화살을 쏘아 실패하면 꿩에게 졌으니까 집으로 그냥 돌아오는 것이었고, 성공하면 그날은 꿩고기를 먹는 것이었지”

윤처사가 말했다.

“허흠! 그런데 왜 일서라는 사냥꾼은 화살을 단 한 개만 가지고 간단 말인가?”

조대감이 말했다.

“조대감! 생명은 단 하나뿐인데 목숨을 건 세상의 승부(勝負)가 어찌 두 번 있을 수 있겠는가! 두 번, 세 번, 여러 번 기회가 또 있는 것은, 목숨과 관련 없는 다른 인간사(人間事)에나 있는 것이지 생명에 관한 우주대자연의 이치는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모르시는가? 일서라는 사냥꾼은 그것을 알았기에 꿩하고 단 한 번 정정당당(正正堂堂)한 승부에 살아나갈 기회를 주고 그날 운명(運命)이 결정(決定)되는 대로 깨끗이 승복(承服)하는 것이었다네!”

윤처사가 말을 하고는 다시 술잔을 들어 마셨다.

“허허! 그렇구만!”

조대감이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람들은 일서가 단 한 개의 화살만을 들고 간다니까 여러 마리를 무작위(無作爲)로 잡는 살생(殺生)을 하지 않기 위함이라 하기도 하고, 또 두 번, 세 번, 여러 번 생명을 가지고 희롱(戱弄)하는 짓을 하지 않기 위하여서라고도 하는데 그 정도라면 고작 젖떼기 수준의 이해라고 해야겠지 않겠는가!”

윤처사가 말했다.

“으음! 젖떼기 수준이라?……그런데 일서가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서는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였지 않았겠는가?”

조대감이 말했다.

“조대감! 그저 이룬 것은, 세상에 단 하나도 없지 않던가? 공(空)으로 얻은 것은, 인연이 아니기에 금방 나가버리거나, 더러 흉사(凶事)를 몰고 오는 법이네! 아마도 일서가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서는 수많은 실패(失敗)와 연구(硏究)와 수련(修練)과 연마(硏磨)를 통해 꿩 사냥에 대해 득도지경(得道地境)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허허! 그러고 보니 꿩 사냥을 통해 인간과 우주대자연의 이치를 터득하여 득도하기도 한단 말인가? 으음! 그 참 재미있네그려!”

조대감이 자꾸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 <계속>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