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교류전 ‘오후 세 시’
회화·사진·설치·영상 등 30여점
양 지역 예술인 네트워크 구축 등 마련

 

정나영 作 ‘Wake Up!’

전남도립미술관이 올해 첫 전시로 전남과 경남 두 지역을 대표하는 청년작가들의 초대전을 마련했다.

지역의 경계를 넘어 ‘상생’이라는 키워드로 동시대 작가들의 실험성과 문제의식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예술가로서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청년작가들을 응원하는 취지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오는 3월 24일까지 ‘전남-경남 청년작가 교류전: 오후 세 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남도립미술관과 경남도립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자리로, 양 지역의 청년작가들을 각각 7명씩 선정해 두 지역 미술의 미래 세대를 소개한다.

30~40대 신진작가에서 중견작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인 작가들이 참여해 회화·사진·설치·영상 등 30여점의 실험적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교류·상생·협력’이다. 참여작가들은 개별의 고유성에 집중하면서도 다양한 주체가 모인 작업 세계를 조화롭게 구성했다.

설박 作 ‘세 개의 웅덩이’

부제인 ‘오후 세 시’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가 언급한 “오후 세 시는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다”라는 말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는 현재 작가들이 보내고 있는 시기의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언가를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일 수 있지만 무사히 지나 보내야 할 중요한 시간일 수 있음을 뜻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안고 있는 시기에 마주한 청년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을 전시에 담아냈다. 더불어 동시대 미술 내 예술가로서의 역할과 가치 모색을 통해 그들의 문제의식과 실험성을 새롭게 공유하고자 한다.

전남 참여작가로는 김설아·박인혁·설박·윤준영·정나영·조현택·하용주가 이름을 올렸다.

먼저 김설아 작가는 인도 생활에서 관찰한 건조한 사막에서 흐르는 눈물을 화면에 담았다. 엉킨 전선으로 연약하고 작은 존재들을 표현한 것이다.

박인혁 작가의 작품 ‘풍경 2023’은 인간이 개입된 땅과 그렇지 않은 땅을 소재로 자유로운 붓질을 통해 땅을 형상화 했다.

하용주 作 ‘Blind 2014’

설박 작가는 전통 회화에 대한 애착으로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불완전한 풍경을 새로운 한국화의 표현 방식으로 재현한다.

정나영 작가는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문의 모습을 한 형태 속에 다양한 사람을 표현한 조각으로 서로의 관계를 형상화 했다.

족자 형태의 사진을 선봬는 조현택 작가는 전남 지역을 시작으로 광주와 순천, 중국까지 거주민이 떠나고 버려진 빈집을 앵글에 담았다.

하용주 작가는 보이지 않아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구조를 통해 모순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감성빈 作 ‘그날’

경남 작가로는 감성빈·김원정·노순천·이정희·정현준·최승준·한혜림 등이 참여했다.

감성빈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경남과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소재로, 개인의 슬픔을 나무 조각으로 승화시킨다.

이정희 작가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 기념 행사로 인해 잠시 주목받았던 독립선언문 표지석을 쉽게 지워지는 재료인 담요 원단에 그려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를 잊어버리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비유한 것이다.

정현준 작가는 4장의 편지로 구성된 영상을 선보인다. 이 영상은 작가 자신이 정의훈이었던 시절의 가족이야기로, 10대 청소년들의 노동과 배달 노동자들의 이면을 담았다.

한혜림 작가는 밀양 지역 송전탑 사건 이후 여전히 존재하는 희생과 불안정한 농촌의 풍경을 담은 영상을 출품했다.
 

김원정 作 ‘합(合) 연의 태피스트리’

이번 전시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와 관람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연결 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작가별 셀프 인터뷰 영상이 담긴 시청각 자료를 전시장 곳곳에 비치했으며, 관객 참여형 Q&A 부스를 통해 언제든지 작가에게 궁금한 지점을 질문할 수 있게 했다.

한편, 지난해 4월 전남도와 경남도는 지방시대를 함께 선도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축이 되자는 공감대로 ‘2023 전남-경남 상생발전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두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공동사업 추진에 돌입했으며, 양 지역 작가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활동기반 마련을 위한 ‘청년작가 교류전’개최를 약속한 바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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