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주변 이웃, 친지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명절 풍습이다. 물론 이제는 명절에 농수산식품을 구입해 선물하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됐다. 명절 먹거리 선물은 2016년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법 시행 초기에는 음식물은 3만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기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수산업계의 활로 모색을 위해 농수산물에 한해 명절 선물 상한액을 조정하는 등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쳤고, 지난해 추석부터는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에 한해 30만원까지 선물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연말 3천여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 선물세트에 대한 구매의향 조사를 실시했다. 설 선물세트 구매 희망 품목으로는 사과·배 혼합 10.6%, 소고기 10.3%, 사과 9.6%, 배 6.9%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에 소고기 21.4%, 건강기능식품 16.8%, 사과·배 혼합 12.2% 순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설을 앞두고는 과일류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다. 공사가 올해 1월 한달여간 국내 주요 온라인쇼핑몰의 농축산물 선물세트 매출비중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O사의 매출 1위 선물세트는 사과(43.8%)로 쇠고기(9.6%)보다 훨씬 높았으며, 배·곶감 등 과일류 선물세트를 모두 합치면 76.7%에 이르렀다. N사 역시 모바일 매출 기준 1위는 만감류(36%)로 쇠고기(3.4%) 대비 10배 이상 높았고, 과일류 전체는 96.3%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설 선물로 과일 선호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으나, 필자는 가장 큰 요인이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과일에 비타민과 미네랄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는 명절 때만이라도 육류를 실컷 먹고자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채식연합은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채식 인구가 25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2008년 15만명이던 채식 인구가 13년 만에 16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축산 분야 탄소배출량은 연간 70억톤 이상으로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소의 비중이 높은데, 전체 축산 분야 탄소 배출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저메탄 사료 개발 등 ‘저탄소 축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농가 시설과 분뇨처리 방법 등을 개선해 2030년까지 축산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8%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저탄소 축산을 비롯한 저탄소 식생활은 지속가능한 축산, 나아가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한 선결과제이다. 탄소배출 증가에 따른 지구온도 상승, 그리고 이로 인한 여러 부작용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우리가 배출한 탄소로 야기된 기후위기의 피해는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으며,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명절이 지나면 기름진 음식 탓에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 필요 이상의 먹거리 구매로 음식물 쓰레기가 급증한다는 점은 명절을 맞이하는 우리의 인식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 건강과 환경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인식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지키는 첫 걸음이다. 내 몸을 건강하게 지킨다는 것은 나의 현재를 지키는 것이고,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지킨다는 것은 우리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기고는 헤럴드경제와 제휴해 게재합니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