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세계적인 조각가’라며 19억원에 318점 구매…경북 청도군도 구매
파리 7대학 교수·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광주비엔날레 출품 경력 허위,

 

전남 신안군 하의도 ‘천사상 미술관’.

전남 신안군 하의도 ‘천사상 미술관’에 늘어서 있는 318점의 천사상 조각가인 최바오로(본명 최영철)씨의 이력이 허위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8일 신안군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년 동안 신안군은 로댕에 견줄만한 세계적인 작가라며 최씨에게 19억 원을 주고 318개의 천사상을 구매했다.

최씨로부터 천사상 기부 제의를 담은 편지를 받은 신안군은 언론에 나온 최씨의 이력을 보고 세계적인 작가라며 물품구입 심의위원회의 심의와 감정평가를 거쳐 평가 가격보다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것이다.

당시 신안군이 가지고 있던 최씨의 이력을 보면 1988년부터 1992년까지 프랑스 명문인 파리 7대학 교수와 이후에는 명예교수를 역임했다고 적혀 있다. 또 로마 가톨릭예술원 정회원, 일본 나가사키 피폭 위령탑 조성, 2008년 광주비엔날레 출품 등 경력이 화려하다.

하지만 대부분 허위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파리7대학 교수를 지냈던 시절인 1992년은 청송보호감호소에 수감됐던 기간이었고, 사기 등 전과 6범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가사키 피폭위령탑을 만들었다는 경력도 재일 한국민단 측에 확인한 결과 허위였으며, 광주비엔날레 출품 역시 비엔날레재단에 확인한 결과 출품 사실이 없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당시 국외 이력은 직접 확인이 어려워 작가와 관련된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서 검증했고, 작가의 프로필이 저희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며 “당시에는 최선의 방법으로 검증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결과가 나와 너무나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최 씨의 허위이력이 알려지면서 신안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최 씨를 형사고소하고,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수사결과 잘못이 명확해지면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진행하기로 했지만 작가검증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신안군 하의도 ‘천사상

신안군 뿐만 아니라 경북 청도군도 최씨의 작품 기증 제의 편지를 받고 20점의 작품을 2억9천700만원에 구매했다.

청도군에 따르면 지난해 초순 최씨가 김하수 군수에게 장문의 편지를 통해 어머니가 청도 대전리 출신이고, 아버지는 외국인으로 6·25때 두 분이 첫사랑으로 만났으나, 자신은 혼혈아로 태어나자마자 이태리 까롤로 조각가 집안으로 입양돼 자연스럽게 조각을 배워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하게 됐다고 한다.

또 자신의 작품을 어머니 고향 청도에 기증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으며, 작가와의 관련 내용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실제 인터넷에 최바오로를 검색하면 20년쯤 전부터 신문, 방송을 통해 그의 작품 활동과 전시회에 대한 수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이에 김 군수는 민선8기 3대 군정 미래 비젼으로 추진 중인 ‘문화·예술·관광허브도시’ 키워드에 어울리는 사업이라고 판단해 직원들을 보내 강원도 영월군 소재 최씨의 종교미술박물관을 견학토록 했을뿐 아니라 김 군수도 다녀왔다.

작품을 확인 한 김 군수에게 최씨는 7억원(본인 주장)을 호가한다는 비전21 작품 외에도 나팔부는 천사상 등 8점의 작품을 청도군에 기증하며 김 군수의 환심을 샀다.

이렇게 최씨와 인연을 맺게 된 김 군수는 볼거리가 부족한 신화랑풍류마을에 화랑 및 풍류와 관련된 작품을 의뢰했고, 최씨는 신화랑풍류마을 19점,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공원 1점 등 총 20점의 작품을 2억9천700만원에 제작 설치했다.

그런데 최근 대구MBC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가 방송되자 김 군수는 조각품을 설치하게 된 배경을 상세히 밝히고 “군민들에게 실망을 시켜드렸고, 공직자 여러분에게는 큰 실책을 범하게 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사과했다.

김 군수는 이어 “의욕이 앞서 사려깊지 못한 판단으로 군민들에게 행정에 대한 불신을 갖도록 만든 것에 대해 정말로 제가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법적인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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