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용암마을 26살 국내 최연소 김유솔 이장
경로당에서 업무보며 어르신들의 민원해결사 톡톡

 

“우리 마을에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섬을 가꿔나가겠습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용암리 용암마을에서 올해로 3년차 이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유솔(26)씨.

김씨는 마을 어르신들의 예쁨을 독차지 하고 있는 귀여운 손녀이자, 민원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2년 1월 용암마을 이장이 되면서 당시 ‘대한민국 최연소 이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는, 또 아무나 시켜주지 않는 게 마을이장. 처음 이장 선거를 두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첫 해 아무것도 몰라 서툴기만 했죠. 어르신들을 만나러 경로당에 가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길 기다리시는 분이 많았어요. 왜 일이 있을 때만 오냐고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경로당에서 업무를 보고 어르신들과 함께 밥도 해 먹으면서 거의 살다시피 합니다.”

지금은 베테랑이 다 된 김 이장은 아침 일찍 눈을 떠 업무를 시작한다고 했다. 가로등은 잘 켜지는 지, 잡초가 너무 자라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필요한 경우 군에 민원을 넣어 해결한다. 경로당에서 살다시피 하는 이유도 어르신들의 고충과 민원을 듣기 위해서다.

김 이장이 오고 나서 마을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그는 마을 한글학교에서 글을 배운 마을 어르신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을 알려줬다. 손주나 자녀들에게 문자를 보낼 줄 알게 되면서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꽤 뿌듯했다고 한다.

이밖에 어르신들의 휴대전화가 고장 나거나, 행정업무를 위해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때 김 이장은 어르신들의 ‘슈퍼우먼’이다. 자식 손주들이 모두 객지에 나가 도움을 받지 못해 속을 앓았던 마을 어른들에게 젊은 이장이 있어 얼마나 든든한 지 모른다고.

김유솔 이장은 외가와 친가 모두 완도다. 완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마친 뒤 서울로 떠났다. 서울에서 디자인 일을 하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낀 그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지난 2019년 완도에 ‘솔진관’이라는 사진관을 열었다. 솔진관은 자신의 이름인 유솔과 사진관이라는 뜻이다.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완도 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촬영 봉사도 다녔다.

또 ‘완망진창’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청년마을 사업도 하고 있다. 다른 지역 청년들이 완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한 달 살기’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무료로 거주하면서 대신 완도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이나 공예품, 미술품 등 예술작품을 대가로 받는다. 한 달 살기에 참여했던 청년 일부는 정착하기로 하면서 이들과 또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저는 우리 용암마을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됐으면 해요. 지방소멸 위기 속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며 “그들이 다시 고향을, 완도를 찾아 올 수 있도록 계속해 멋지게 마을을 가꿔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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