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5·18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 시인, 연극인)

 

이지현(5·18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 시인, 연극인)
이지현(5·18부상자동지회 초대회장, 시인, 연극인)

80년 5월은 대한민국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끌려갔으며 입원했다. 죽음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5월 영령과 유족과 부상자와 구속자들은 민주투사가 아닌 폭도와 빨갱이로 매도됐다.

차마 밝은 옷을 입을 수 없었고, 기쁜 날도 웃을 수 없는 애환의 세월이었다.

미국의 주요 인사가 방한하거나 전두환 일당이 광주 근교에 오면 감시 연행 사찰 강제납치 등의 대접을 받았다. 5월 가족은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어디 그뿐이랴!. 1983년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전두환 정권은 학살만행의 마각이 드러날까 두려워 역사에 기록될 만행을 자행했다. 이름하여 ‘망월묘지 이장 음모사건’이다. 26기가 구 묘지를 떠났으니 5월 가족을 두번 죽인 셈이다. 광주는 차마 눈물조차 흘릴 수 없는 분노의 도시로 전락했다.

광주의 슬픔에 동참하지 못한 국민들은 6월항쟁으로 빚을 갚았다. 또한 1995년도엔 5·18 특별법이 통과돼 전두환·노태우 일당이 구속됐으며, 진상규명과 기념사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는 사죄도 없이 떠났다.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은 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활동이 끝났다.

그러나 2021년 4월 5일 5월 단체는 공법단체 인정이라는 숙원을 이뤘다. 국민이 준 선물이 바로 공법단체가 아닐까? 그렇다. 그런데 2023년 2월 19일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 엄청난 폭탄이 터졌다. ‘특전사와의 대국민 공동선언식’…. 빛고을은 빚고을이 돼버렸고 국민들은 상처를 입었다. 정율성 기념사업 문제까지 거론했으니 광주는 난리가 났다.

그러던 중 2023년 9월 13일 황일봉 부상자 회장과 정성국 공로자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까지 이oo씨의 바지사장이었다”라는 양심고백을 했다. 비선실세로 불려진 이씨는 5월 어머니집 관장의 가슴을 할퀸 ‘성희롱 사건’으로 2024년 2월 6일 법정구속됐다.

5월 가족과 광주시민들에게 지난 1년은 비통과 분노의 긴 여정이었다. 그동안 정성국 공로자 회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직무정지 상태인 황일봉 회장은 특전사와의 폐기선언은커녕 죄송하다는 한 마디 없이 오는 3월 31일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죄인의 한 사람으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부디 통촉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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