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정몽규 회장, 사퇴 거부
클린스만 SNS서 한국축구 ‘손절’
위약금 70억 육박…수석코치도 선수 탓

 

사진은 지난 7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전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손흥민 모습. /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을 경질하는 결단을 내리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에 대한 사과와 대표팀 재정비를 약속했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일단 무마하려는 태도가 찜찜함을 남겼다.

협회는 지난 16일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정몽규 협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진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 회의를 갖고,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결정했다.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실패한 아쉬움을 배제해도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가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많은 국민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대표팀을 운영하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저와 협회에 가해지는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사퇴 의사는 없느냐’는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 선임도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며 선임 과정에 대한 오해를 언급하며 재차 거부했다.

책임의 주체 중 하나인 정 회장은 사실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중심으로 선수단 내부에서 불거진 물리적 충돌에 대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정 회장은 “모두가 예민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고, 팀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며 “이럴 때 너무 시시비비를 따지는 건 상처를 후벼서 악화시킬 수 있다. 언론도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도 도와주셔야 한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잘 치료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또 “조항을 살펴봤지만 징계는 소집을 하지 않는 것 뿐이다”며 “대표팀을 한 팀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음 대표팀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면서 후임 코칭스태프에 수습을 넘겼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의 축구 대표팀은 최근 졸전 속 아시안컵 우승 불발과 내분 등으로 국민의 비판을 받아왔다. 재임 내내 잦은 외유 등 태도로도 지적받던 클린스만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본선까지였던 계약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게 됐다.

이번 한국 대표팀 감독직 경질에 따른 위약금은 7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사단의 코치진에게 줘야 할 돈까지 더하면 대한축구협회가 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클린스만 경질 위약금과 관련해 정 회장은 “제가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클린스만은 무능한 지도력과 선수단 간 불화 방관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어 공분을 사고 있다.

클린스만은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한국 대표팀에 불어넣었다”며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은 드라마였다. 스포츠 측면에서 본다면 아시안컵은 성공적인 결과였다”고 자평했다.

클린스만은 전날 대한축구협회의 경질 발표가 있기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미리 작별 인사를 전한 뒤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를 ‘언팔(친구 관계 끊기)’했다.

클린스만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떠난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는 오스트리아 매체 크로넨차이퉁에 기고한 글에서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헤어초크는 “중요한 경기 전날 저녁 톱스타 손흥민과 이강인이 드잡이하며 팀내 세대갈등이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며 “감정적인 몸싸움은 당연히 팀 정신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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