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미술관, 2024년 소장품전
‘이강하의 응시, 1984~2024’ 展
5·18 아픔 풀어낸 ‘맥’ 연작 등
소장품·아카이브 자료 한자리에

 

이강하 作 ‘무등산의 봄’

예술가 이강하의 삶과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광주 남구에 자리한 이강하 미술관은 오는 3월 10일까지 올해 신년 소장품 전시로 ‘이강하의 응시凝視, 1984-2024’를 연다.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매년 고(故)이강하 작가의 작품을 시대별 주제와 흐름에 맞춰 선보이는 자리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강하미술관의 소장작품 전시회는 1종 공립미술관의 존립과 정체성을 수립함과 동시에 지역 문화유산과 작품 관리보존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지속적인 지역 작고 작가 삶과 작품세계 연구를 통한 ‘과거-현재-미래의 시대와 세대’를 예술로 연결하고 시민에게 사회적 공감대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 전시에선 무등산 화가로 알려진 고(故)이강하의 1980년대 ‘맥-아(脈-我)’를 비롯해 제1회 광주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시에서 처음 선보였던 ‘자유와 평화를 위하여’ 등 시대별 대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980년 작 ‘영산강과 사람들’ 작품 앞에선 이강하 작가

이강하 작가는 한국의 전통성과 오방색을 바탕으로 남도의 사계절과 1980년 시대상을 담은 내러티브(Narrative)를 통해 독자적 회화성을 구축했다.

그는 1980년 오월, 광주민주화운동 참여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명수배자로 2년 여간 전국의 사찰을 돌며 은둔생활을 했다. 체포 이후에는 1년여간의 수감생활도 했다. 오랜 세월, 이강하의 시대를 대응했던 6개 죄(소요·특수강도·포고령위반·총포 화약류 단속법 위반 등)는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고 사후 유가족의 숙원 끝에 2023년 12월 5일, 광주고등법원으로부터 43년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 됐다.
 

이강하 作 ‘무제-자아’

이번 전시는 무죄 판결 이후 이뤄진 첫 소장품전인 만큼 더욱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출품작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맥(脈) 연작이다.

1980년대 대표작품인 ‘맥(脈)’연작은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 활동 이후 시대의 아픔과 경험이 혼재돼 회화로 풀어낸 작업이다. 1980년대 시대의 아픔을 겪었던 민주화와 진실을 향한 예술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시민군 활동으로 지명수배된 그는 전국의 사찰에서 은둔 생활을 했는데, 당시에 느꼈던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시간-세월-세대가 연결된 자유와 평화의 열망은 작가만의 정신세계이자 이상향을 새로운 예술로 창작하게 했다.

맥(脈) 작품 속의 다양한 물질들과 남도의 풍경은 사실적으로 표현된 이강하 작가의 이상향이다. 또한 그 위에 중첩 된 ‘발’은 꿈꾸던 이상향으로 가는 통로이자 문을 함축적으로 의미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된 1984년 작품 ‘맥-아(脈-我)’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를 통해 생명을 부여받은 결과물을 만나볼 수 있어서다.

작품 ‘맥-아(脈-我)’는 근현대미술사적 가치를 비롯해 작가와 작품 이력을 중점으로 조명하는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 보존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공립미술관 중요 미술품의 보존지원을 통해 국가적 중요 문화자산의 후대 전승과 현대미술관 전시콘텐츠 활용도 제고하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배경을 두고 있다. 보존수복 작업은 정교한 기술과 다양한 재료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미적 감수성과 미술사 지식을 요구하는 세밀한 작업이다.

이강하 作 ‘맥-금강역사상’

작품은 지난 1년여 동안 국내 회화 작품 보존·수복팀 전문 기술을 보유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을 통해 수복과 복원을 거쳐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게 됐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이강하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담긴 아카이브 자료 등을 통해 소멸된 과거의 보편적 사유를 재조명하고자 한다”면서 “지역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강하 작가는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조선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 순수미술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미술대학에 입학 후 계엄군에게 구타 당하는 학생을 목격하고 시민군으로 동참했다. 그는 80년대 샤머니즘 사상이 깃든 ‘맥(脈)’ 연작과 남도의 정경이 담긴 ‘영산강 사람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무등산과 비단길 위의 누드가 상징적인 ‘무등산’ 연작 등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11차례의 개인전과 100여회의 단체전, 8권의 화집을 발간하며 왕성한 작업 활동을 펼친 그는 2008년 생을 마감했다.

이강하의 작품은 광주 남구 이강하미술관의 문화유산으로 기증돼 관람객들에게 시대를 거스르는 예술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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