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 본격화 피해 잇따라
전공의 집단사직, 수술·진료 연기
온라인서 환자·보호자 잇단 성토
환자 외면 의사들에 “무책임” 비난

 

16일 오전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하기로 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이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수술 날짜를 잡고 석달 전부터 컨디션 관리도 열심히 해왔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요…”

광주 서구 화정동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지난 16일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19일 밝혔다. 소속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오는 27일로 예정됐던 뇌종양 수술을 두달 연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수술을 앞두고 입원 준비를 해왔던 A씨는 수술 연기 소식에 당혹감과 함께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이달 예정된 수술들이 다 연기된다고 전달받았는데 뭐라 대꾸할 수도 없이 당혹스러웠다”며 “담당 교수가 수술을 해도 수술 이후 돌봐줄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악성 뇌종양은 아니라 조금 상황이 낫지만, 악성이신 분들도 다 수술이 연기됐다고 한다”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들만 불쌍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말 서울의 한 병원에서 고관절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B(66·전남 광양시)씨도 최근 병원 측으로부터 수술이 한달 연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B씨는 “고관절 수술에 정평이 난 교수님이 계신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통증도 참고 수술 날짜만 기다려 왔는데 날벼락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지역민들이 소식을 주고받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A씨와 B씨처럼 의사들의 집단행동 여파에 수술 일정이 연기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특히 환자와 보호자들은 무책임한 의사들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성토하는 등 “환자를 지켜달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공백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집단사직서를 내고 20일부터 근무중단을 선언했으며, 지역 핵심 의료기관인 전남대·조선대병원 전공의들 역시 개별 사직 등 형태로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다.

이처럼 지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불거졌던 ‘의료대란’이 사실상 재현되면서 환자를 볼모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 행태를 더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환자와 보호자 등이 시위를 열어서라도 의사들의 집단행동 명분을 약화시키고 이를 저지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적 공감을 받을 수 없다”며 “환자단체 등과 연대해 의료대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 활동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기준 광주지역에서는 전남대병원 전체 전공의 319명 중 13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조선대병원도 142명의 전공의 중 108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주기독병원과 순천 성가롤로병원 등 지역 병원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면서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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