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조대감이 엉겁결에 간신히 입을 열고 더듬거렸다.

“무슨 말씀하시려는지 잘 아네만, 각설(却說)하고 조대감! 그깟 문자암기교육(文字暗記敎育)이나 시키려 하거든 번질나게 잘하는 곳에 가서 얼른 알아보아야 할 것이야! 내가 오늘 했던 말을 곰곰이 잘 생각해 보시게나!”

윤처사가 말을 마치고 일어나는데 술기가 오르는지 순간 기우뚱 비틀거리는 것이었다.

“아니! 술이 많이 취한 것 같은데, 그 몸으로 어디를 가시려는 것인가?”

조대감이 걱정되어 말했다.

“하하하! 어찌 이 다 낡아빠진 귀찮은 몸을 데리고 가는 것만을 생각하시는가? 아직도 모르시는가? 하하하하하!……”

딱 잘라 말을 하고는 너털웃음을 토해내며 윤처사가 밥상머리를 벗어나 자신이 기거하는 사랑채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조대감도 술기가 잔뜩 올랐는데 말없이 윤처사의 그 모습을 바라 만 볼뿐이었다.

조대감은 한동안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다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말고삐를 끄는 사내종을 불러 취한 몸을 말 등에 태워 의지하고 집으로 향할 밖에 없었다. 아들 옥동의 교육 문제는 일언반구(一言半句) 말도 꺼내지 못하고 마치 쫓겨나다시피 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조대감은 ‘낭패(狼狽)로구나!’ 하는 말을 여러 번 되뇌며 윤처사의 말을 곰곰 떠올려 곱씹어 보는 것이었다.

‘학과 참새는 절대로 한 가지에 함께 머물 수 없다’ 하는 윤처사의 말은 분명 저 도교(道敎) 장자(壯者)의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대붕(大鵬)을 말함이었으리라!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을 날아오르는 대붕을 보고 그 깊은 뜻을 알 리 없는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이를 보고 비웃는다. ‘어리석고 멍청한 놈! 우리는 힘껏 날아올라도 느릅나무와 다목나무에 이르러 머무르고, 어떤 때는 높이 날지 못해서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째서 9만 리나 높은 하늘에 올라가 남쪽으로 가려 하는가?” 물가의 참새가 대붕을 비웃으며 또 말한다. “미련한 저놈이 몇 리를 날아가려는 것인가? 나는 한번 날아올라도 몇 길을 가지 못하고 떨어져서 쑥 풀 사이를 날아다닌다. 이것도 날아오르는 대단한 기술인데 저놈은 도대체 몇 리를 날아가려 하는 것인가?” 참으로 ‘메까치와 비둘기가 대붕을 보고 웃는다’ 하는 학구소붕(雤鳩笑鵬)이었다.

‘뭇 참새가 어찌 대붕의 뜻을 알리! (群雀安知大鵬志), 참새와 제비가 어찌 홍곡의 뜻을 알리! (燕雀焉知鴻鵠之志)였음이리라! 열자(列子) 양주편(楊朱篇)을 보면, 양주가 양(梁)나라 왕을 만나 말하기를, 배를 삼킬만한 큰 고기는 지류에서 놀지 않고(呑舟之魚不遊枝流), 높이 나는 큰기러기와 고니는 오염된 못에는 내리지 않는다(鴻鵠高飛不集汚池) 하였지 않은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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