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한 손흥민(왼쪽)과 이강인.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치르며 한국 대표팀 일부 선수들과 갈등을 빚은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주장 손흥민(32·토트넘)에게 직접 사과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만나 대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강인은 21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흥민이 형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영국)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흥민이 형에게 얼마나 간절한 대회였는지 제가 머리로는 알았으나 마음과 행동으로는 그 간절함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고 했다.

이강인은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손흥민과 불화가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시 이강인을 비롯한 대표팀의 일부 어린 선수들이 주장인 손흥민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탁구를 쳤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이때 이강인과 다투다가 손흥민의 손가락은 탈구됐다.

이와 관련해 이강인은 이날 “그날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며 “흥민이 형이 주장으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다. 이런 점들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팀에 대한 존중과 헌신이 제일 중요한 것임에도 제가 부족함이 많았다. 대표팀의 다른 선배님들, 동료들에게도 한 분 한 분 연락해 사과드렸다”며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저의 언행에 배려와 존중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고 약속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사과를 받아주시고 포용해주신 선배님들과 동료들에게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며 “저의 행동 때문에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된 선수들도 있다. 그들에게 향한 비판 또한 제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과 함께 탁구를 친 멤버로 알려진 정우영(25·슈투트가르트)과 설영우(26·울산)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축구 팬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과분한 기대와 성원을 받았는데도 대한민국 대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모범된 모습과 본분에서 벗어나 축구 팬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면서 “앞으로 축구선수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는 이강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여러분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만큼 실망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제까지 대한민국 축구를 지키고 빛내셨던 선배님들과 동료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손흥민도 이강인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흥민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썼다.

그는 “그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강인이가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덧붙였다.

또 “저도 제 행동에 대해 잘했다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팀을 위해서 싫은 행동도 해야 하는 것이 주장의 본분 중 하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저는 팀을 위해서 행동할 것이지만, 앞으로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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