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남초·조선대부속중 졸업 후 서울 광신상고 1년 때 농구 시작

 

안준호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프로농구 정규시즌 서울 삼성과 서울 SK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를 지휘한 7시즌(2004~2011년) 동안 우승 1회, 준우승 2회를 이끈 안준호(68) 감독은 지난해 하반기에 미국 대학 농구 명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지도자 연수를 했다. 현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경기를 보고, 회의에도 참가하며 열정적으로 보고, 듣고, 배웠다. 그는 이전에도 종종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개최한 빅맨 캠프나 프리미어 캠프 등에 참가했다.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도 틈틈이 관전하면서 변화하는 농구의 흐름을 따라잡으려 애썼다.

그 같은 노력 덕분에 안 감독은 최근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감독-코치를 한 조로 뽑는 방식으로 대표팀 지도자를 공모했는데 강을준(58) 전 고양 오리온 감독과 황성인 단국대 코치, 안준호 전 서울 삼성 감독과 서동철 전 수원 kt 감독, 이상윤(61) 전 상명대 감독과 이현준 전 서울 SK 코치가 지원했는데 안 감독-서 코치 조가 면접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안 감독이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현장을 떠난 지도 13년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안 감독은 2011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뒤 한국프로농구(KBL)의 경기이사와 전무이사를 맡으며 행정가로 일했다. 이후엔 모교인 경희대에서 객원교수 등을 지냈다. 안 감독은 “많은 분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판사는 판결로 얘기하듯 감독은 현장에서 성적으로 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안 감독이 이끄는 농구 국가대표팀은 22일 호주와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에 돌입한다. 25일에는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태국과 맞붙는다. FIBA 순위 51위인 한국은 호주(4위), 인도네시아(74위), 태국(91위)과 A조에 편성됐다. 6개 조의 각 1·2위와 3위 중 4개국이 2025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한국농구는 2017년, 2022년 연이어 아시아컵을 들어 올린 ‘디펜딩 챔피언’ 호주를 상대로 반등을 노린다. 지난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주전 선수들이 모두 빠진 일본에 고배를 마시며 7위로 대회를 마친 대표팀은 안 감독을 선임하며 분위기를 쇄신했다.

한편 안 감독은 초등학교 입학 전 고향인 전남 담양군에 있는 서당에 다녔다. 천자문, 명심보감을 익히면서 한자와 익숙해졌다. 담양봉산남초등학교와 광주조선대부속중학교를 나와 서울 광신상업고등학교(現 광신정보산업고등학교)에 입학해 농구를 시작했다. 광신상고에 입학해서도 혹시 모를 취업에 대비해 한자 공부만큼은 열심히 했다.

경희대학교(75학번)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 농구단(1979~1986)에서 활약한 뒤 코오롱 여자 농구단 감독 (1995~1996) 청주 SK 나이츠 감독 (1996~1999) 서울 삼성 썬더스 코치 (2000~2003)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 (2004~2011)을 하는 내내 그는 여러 가지 명언을 만들어 내곤 했다. 특히 사자성어를 통해 팀 분위기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을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표현하곤 했다.

이제 한국 농구의 부활을 책임져야 할 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 상황을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사자성어로 정리했다. 그는 “늙은 말의 지혜가 세상에는 필요하다.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경험과 지혜를 한국 농구 부활에 쏟아붓겠다”며 “감독이라는 자리를 개인적인 영달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으로 받는 연봉을 기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구 발전을 위해 하나의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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