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섭(광주 서구의회 의원)

 

오미섭 광주 서구의회 의원

우리 주위에는 질병, 장애 등 여러 사정이 있는 보호자를 어린 나이에 돌보는 아이들이 있다. 지난해부터 유난히 자주 들리는 ‘영 케어러(young carer)’라는 말은 막연히 젊은 보호자 등으로 들릴 수 있어 의미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가족돌봄 청년’ 등의 용어를 쓰고 있으나, 성장기에 보호자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우리 말 표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동·청소년기에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사회는 유교 사상이 강해 아픈 부모나 가족을 돌보는 것을 비교적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를 ‘돌봄 제공자’로 생각하지 않아 기존의 지원 제도 대상에 속하지 못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지원을 위한 대상자 발굴부터 매우 어려운 현실인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광주광역시 서구의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지원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서구는 지난 1월부터 전국 최초로 매월 25만원씩 1년 간 가족돌봄 청년수당 지원을 발표했다. 지원을 위해서는 우선 대상자를 찾는 일이 필요한데, 서구는 그 어렵다는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발굴을 어떻게 해냈을까.

서구는 서구청과 서구의회, 관련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했다. 서구청, 의회, 교육청은 행정정보를 바탕으로 발굴에 나섰고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특히, 구글폼 등 온라인 방식을 활용해 조사 접근성을 높였다. 중·고등학교, 청(소)년 관련기관, 병·의원, 사회복지시설 등 민간에서도 설문조사에 참여하면서 발굴 실효성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서구는 온라인 100명, 방문조사 5천918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조사를 통해 84세대 88명을 발굴했다. 그 중 주 돌봄자가 청(소)년이면서도 단독 돌봄을 하는 40명을 선정, 전국 최초로 가족돌봄 청년수당 지급에 나섰다. 민관 협력을 통해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을 찾고 지원까지 진행한 의미 있는 사례라고 하겠다.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발굴을 위해 필요한 것은 민관 협력 확대이다. 지역 주민과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열어 협력을 강화하는 것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학교가 대상자를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돌봄 상황에 놓여 있다는 신호를 관찰, 식별할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발굴 이후에는 행정이 지원을 연계하는 식의 협력 체계가 널리 확대되어야 한다.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돌봄의 책임을 짊어지고 학업, 또래와의 관계, 진로, 생계 등의 어려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 아이들을 위한 적극적이고 다양한 가족돌봄 아동·청소년 발굴, 지원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한다. 그리고 여러 기관이 서로 협력하면서 사각지대 없이 가족돌봄 아동·청소년을 지원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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