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공백’ 광주 대학병원 혼란
전공의 미복귀에 경증 환자 전원
종일 환자 옮기는 구급차만 분주
2차 병원 수주내 ‘과부하’ 우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선지 사흘째인 22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응급환자가 옮겨지고 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MRI, CT 등 수술을 앞두고 검사비만 300만 원이 들었는데 수술 못한다네요…”

22일 오전 광주·전남지역 3차 병원인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A씨는 ‘전원 통보’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수술을 앞두고 조선대병원에서 15일간 입원하며 CT와 MRI 촬영 등 여러 검사에 비용만 30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그런데 오늘 병원 측이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을 할 수가 없으니 선한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A씨는 또 “병원에 따져도 어쩔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면서 “검사 비용만 내고 수술은 다른 곳에서 받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선지 사흘째인 이날 광주지역 유일 3차 병원인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전원 조치가 이어졌다.

전남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314명 중 84%에 달하는 268명이 사직서를 냈으며, 대부분 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조선대병원도 사직서를 낸 114명 중 상당수가 복귀 명령을 거부한 채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의료진이 크게 줄면서 병원 측은 비교적 경증인 환자들을 2차 병원으로 전원 조치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엔 환자들을 옮기는 사설 구급차들이 분주히 오갔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흘째인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원무과 앞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하염없이 진료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고령의 환자들은 부쩍 길어진 대기시간에 체력적인 부담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진료를 예약한 정모(77)씨는 “접수 3시간이 넘도록 아직 진료를 못 받고 있다. 환자 입장에선 병원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 호흡기내과를 찾은 정모(66)씨도 “여태 이렇게까지 오래 기다린적이 없다. 앞으로도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정부의 의대 정원 계획에 반발해 지난 20일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들이 병원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3차 병원의 진료공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2차 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광주지역 유일 3차 의료기관인 두 병원에서 환자들의 전원이 잇따르면서 진료공백 여파는 고스란히 지역 2차 의료기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2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대거 몰리면서, 이곳에서도 진료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당장 큰 차질은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수주간 이어지면 2차 병원 의료진들도 과부하에 걸릴 것”이라며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를 통해 하루빨리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방법 밖에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은창 기자·임지섭·윤태민 수습기자 ljs@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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