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피해·인권유린 다룬 연극 ‘봉선화’성료
자국민 실상 고발에 광주시민 600여 명 기립 박수
강기정 시장 “역사적 승리 과정 보여줘 의미 깊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를 고발하는 연극 ‘봉선화’가 24일 광주빛고을시민회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사진은 연극 ‘봉선화’ 출연진과 스탭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 등 강제징용을 시행했던 전범기업의 진심어린 사죄가 실행되길 바랍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연극 ‘봉선화Ⅲ-기억과 계승’이 24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연극 ‘봉선화’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인권유린 실태와 명예회복 투쟁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앞서 2003년 일본 나고야에서 초연한 후 2022년 9월 나고야공회당에서의 두번째 공연까지 현지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날 광주 공연은 세 번째 공연이자 일제 식민지 피해 당국인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자리로, 조선 식민지 가해국인 일본 시민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전쟁범죄에 대한 실상을 고발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당초 500석만 열릴 예정이었으나, 시민의 많은 참여와 관심으로 티켓 오픈 첫날 600석을 돌파하면서 조기 종료됐다.

실제 이날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공연장을 방문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공연 마지막에서는 관람객 모두가 기립박수로 무대에 오른 일본 시민 배우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공연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장에서 연극 봉선화의 연출을 맡은 나카 토시오 감독은 “피해자 중 한사람인 양금덕 할머니의 도시 광주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일본에서의 공연과 한국 광주에서의 공연은 사뭇 다른 느낌”이라며 “배우·연출가로서 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이번 무대가 인생 최고의 무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나카 토시오 감독은 “봉선화 시즌3는 양국의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과거사를 바로잡고 미래세대에게 가슴아픈 역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며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을 상대로 한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사진 맨 왼쪽)과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왼쪽 두번째), 나카 토시오 연출(가운데), 양금덕 할머니 역을 맡은 무토 요코(오른쪽에서 두번째), 변호인단 사무국장 역을 맡은 마츠모토 아츠히로

이날 공연을 관람한 강기정 광주시장도 “이번 공연은 일본 정부가 짊어져야 할 책임, 해야 할 고민, 옮겨야 할 행동들을 무대도 옮긴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 대한민국 정부마저도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는 시점에서 양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실상을 고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은 이번 자리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정부는 역사를 역행하고 있지만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역사를 지켜주리라 확신한다”며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역사적 과정이 승리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 역시 이러한 과정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역할을 맡은 무토 요코씨도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참된 사죄를 강조했다.

무토 요코씨는 “연극 ‘봉선화’에 참여하면서 조선근로정신대를 알게됐다. 초연때는 조선 학생들을 거짓말로 꾀어 일본 군수공장으로 보내는 교사 역을 맡았는데 공연 이후 뒷풀이 자리에서 양금덕 할머니께서 우리에게 ‘당신들 때문에 내 인생이 엉망이 됐다’며 엄청나게 화를 냈다. 당시에는 단순 연기를 한 것뿐인데 화를 내시는 양 할머니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기업의 실태를 보면서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조선근로정신대의 문제는 국적이나 정치 사상을 넘어 인간으로써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이라며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일본 정부는 연극 ‘봉선화’를 보고 진실을 느끼고 사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연극 ‘봉선화’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의 인권유린 실태와 명예회복 투쟁과정을 다룬 연극이다. ‘나고야 미쓰비시·조선 여자 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소송지원회)과 연극단체 ‘아이치·현민의 손에 의한 평화를 바라는 연극모임’ 2개 단체가 합작해 만든 작품이다.

이들은 가해국 일본의 전쟁범죄를 일본인의 양심으로 고발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 근로정신대 문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연극 ‘봉선화’ 공연을 만들었다.

이에 광주문화재단은 지난 2023년 이들 단체와 문화예술교류 협약을 체결하고 국제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민주·인권·평화로 대표되는 광주 정신 실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